복사꽃물 양볼에 머금고
새콤한 음성을 가진 여인
수줍은 듯 건네주는 시집 한 권
젖가슴 몽올질 때의 멍멍한 시어와
붕어빵 앙꼬 같은 운율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노닐고 있다
수십 번 뒤돌리고 싶은 상처들을
봇물 터지듯 원고지를 메웠고
긴긴밤 이불 뒤집어쓰고 울고 난 뒤의 개운함을
담담하게 내려간 단어 하나하나가 아리다
아침 침대에 누워 내리쬐는 햇살이 가장 싫었을 막막함이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릎을 펴야만 했다
송곳 찔린 자리 마음 내려놓고 난(蘭) 치듯
그려놓은 시집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내면 심연 속 보따리는
아직도 멀고 멀었다고
우물물의 울림이 애린 가슴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