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정말 예상 밖이었다. 새누리당이 11대 4로 완전히 압승해 버렸다. 전문가들도 보통 엇비슷하게 반반 정도 나올 것으로 예측했으나 민심의 향방은 놀라웠다. 혹자는 낮은 투표율을 이야기 하지만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동작구에서도 여당이 승리했고 심지어는(새정연 입장에서는 심지어라는 표현이 맞다) 순천에서마저 이정현이 승리했다. 이는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선거이후 새정연의 두 공동대표 김한길과 안철수가 바로 사퇴한 것도 바로 이 이유이다.

7.30선거를 앞두고서 세월호특별법 문제와 인사참사라는 박근혜정권의 위기상황 속에서 대부분 야당의 승리를 점쳤기에 야당입장에서는 지기 힘든 게임이었다. 사실 지기 힘든 선거는 지난 대선부터 시작되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결코 지지 않을 선거였으나 패배했고 6.4지방선거에서도 세월호참사로 야당에게 훨씬 유리한 국면이었지만 반반의 결과를 내왔다. 야당이 제대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에도 위증혐의가 짙은 권은희를 공천함으로써 보은공천논란을 빚었으며 기동민 사태는 이게 과연 공당의 전략공천인지 의심케 하였다. 또한 민심의 흐름과 다르게 세월호 참사를 계속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월호참사 문제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민심의 흐름이 이미 나왔음에도 새정연은 계속 이 프레임을 가져갔다. 새정연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짓을 했는지는 선거 하루 전날 유병언 사체가 유병언이 아니라는 증인이 있다는 박범계 대변인의 발언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실이든 아니든,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유언비어 전술을 핀 것이다. 유언비어를 바로 잡고 정국을 이끌어 가야 할 공당이 오히려 혼란을 부치기는 거짓선동을 한 것이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이것은 정치도 아니다. 적어도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민주화라는 것이 거짓을 이기기 위한 진실의 투쟁이 아니었던가? 한 때 민주화항쟁을 이끌었던 민주당의 후신 새정연이 이런 거짓선동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사실 이는 새정연만의 잘못이 아니다. 자칭 진보라는 세력이 언젠가부터 이런 유언비어식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진실이 아니어도 승리에 도움이 되고 세력 확장에 도움이 된다면 눈을 감아버리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흔히 보수꼴통들이 하는 짓거리를 오히려 진실과 정의를 외친다는 사람들이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곳곳에 유언비어식 말들이 많다. 음모론이 판을 친다. SNS에서 떠도는 말들을 그대로 여과 없이 수용한다. 그래서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지경에까지 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심은 이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아무리 보아도 새정연이 잘못하였다. 새정연은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때 안철수에 대한 희망을 꿈꾸었다. 합리적인 대안세력, 새로운 진보가 나오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이도 꿈인 것 같다. 민주당과 통합하면서부터 새정치의 의미는 희석되었고 6.4선거, 7.30선거 모두 새정치는 없었다. 안타까움이다.

 여기서 선거에 대해 논하는 것은 굳이 정치애기를 하고자 해서는 아니다. 새정연처럼 우리 역시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서이며 새정연처럼 거짓선동을 하면서도 이를 부끄러워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기 위해서이다.

민심의 심층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한꺼풀 젖히고 들어다 볼 줄 아는 안목과 진실과 본질을 바라볼 줄 아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가 속한 단체나 조직을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끝까지 진실을 향하여 나아가려는 끈기가 필요하다. “사람의 잘못이란 각자 자기 집단에 치우치는 것이다. 이 잘못을 보는 것이 곧 어짊을 아는 것이다”라고 했던 공자의 말처럼 잘못이나 우(愚)는 각자 자기가 속한 집단에 치우치면서 시작된다. 어느 집단에 치우치는 순간 진실은 가려지고 입장만이 형성된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실을 향해가는 노력에 있다. 역시 공자는 “내가 지혜가 있는가? 지혜는 없다. 미천한 사람이 있어 내게 물어오면 나는 막연하다. 나는 그 양극단을 두드려 주는 것이 고작이다.”라고 말하면서 진실을 향한 노력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지식인은 그래야 한다. 지식인이라면 어떤 한쪽의 치우침보다는 진실과 진리에 더 힘을 기우려야 한다. 나는 한 시민단체의 대표이다. 흔히 진보적이라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요즘은 새로운 진보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과연 내가 진정한 진보인가? 아니면 어느 한쪽의 입장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