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백이열전」의 ― 천도는 과연 옳은가 그른가 ― 라는 사마천의 유명한 명제를 보자.
“흔히 ‘하늘은 사사로운 정(情實)이 없으며 착한 사람의 편이다’라고 하지만 이는 인간이 부질없이 하늘에 기대를 거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대로 진정 착한 사람의 편이라면 이 세상에서 착한 사람은 항상 영화를 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으니 무슨 일인가.”

‘백이 숙제가 어질며 곧은 행실을 했던 인물임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수양산에 들어가 먹을 것이 없어 끝내는 굶어 죽고 말았다.
공자의 제자 중 가장 아꼈던 안연(顔淵)은 항상 가난에 쪼들려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다 결국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이런데도 하늘이 선인(善人)의 편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 한편 악당 도척은 무고한 백성을 죽이고 온갖 잔인한 짓을 했지만, 풍족하게 살면서 장수하고 편안히 죽었다. 그가 무슨 덕(德)을 쌓았기에 이런 복을 누린 것인가.’

또 사마천은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옳은 일을 주장하였으나, 내가 받은 것은 하늘의 은덕이 아니라 치욕스런 궁형이었다. 이래도 하늘은 선인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렇게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나서 사마천은 그 처절한 마지막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과연 天道는 是냐, 非냐?」

하늘의 도는 과연 옳으냐 그르냐. 이는 곧 옳은 사람이 고난을 겪고, 그른 자가 벌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과연 하늘의 뜻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사기」를 쓴 사마천은 한나라 무제 때 인물이다. 그는 태사령太史令으로 있던 장수이능을 홀로 변호했다가 화를 입어 거세형(宮刑)에 처해졌다. 당시 궁형에 처해진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마천은 그 치욕을 씹어가며 자기 손으로 올바른 역사서를 쓰리라고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완성한 것이 130여 권에 달하는 역사서 「사기」이다.

그는 옳은 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형을 받게 된 자신의 울분을 호소해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백이열전」에 기록된 天道是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