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세월호 침몰 사건은 한국사회의 온갖 모순이 집약되어 일어난 대참사이다.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슬프지만  나는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하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들을 개혁하고 수술하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차가운 바다 속에서 숨져간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벌어지는 작태가 나를 답답하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안면몰수와 불통은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헛발질은 더욱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

중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우리의 모순이 무엇이고, 대한민국호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앞날을 맡기는 것은 돌팔이 의사에게 내 몸의 수술을 부탁하는 것처럼 불안한 일이다.

그러나 천만다행인 것은  오랫동안 꾸준히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문제점을 연구해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그들의 진단과 처방이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디자인 연구소 김대호 소장도 그중에 한 분인데, 최근 몇 년간 김 소장과 교류하며 그의 식견과 열정에 감동했고  많이 배웠다.

이제 김대호 소장의 역작인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에 대한 나의 짧은 서평을 통해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진단과 분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치열하게 진단하고 분석해온 사회디자인 연구소 김대호 소장의 뛰어난 책을 평가하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평소 김 소장의 진단과 생각에 동의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짧은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김대호 소장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노무현 이후 새 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 같은 저서와 각종 기고문을 통해 비뚤어진 한국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진단하고 분석해왔다.

특히 그는 기여도에 비해 훨씬 많은 열매를 가져가는 이익집단의 문제를 한국사회 모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기득권화한 이익집단의 문제를 성 안과 성 밖으로 비유하며 높은 진입장벽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 소장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이미 따뜻한 성안에 사는 사람들과 차가운 성 밖에 사는 사람들로 나누어져 있다. 따뜻한 성 안에는 이미 이익 집단화한 기득권자들이 살고 있고, 반면 시베리아처럼 추운 성 밖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노동자, 청년 실업자, 망하기 직전의 자영업자, 대학 시간강사 등 힘 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성 안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과 조직을 이용하여 계속 성벽을 더 높이 쌓아 성안으로의 진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성 밖의 사람들은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아예 포기한 채 체념하며 살거나, 어떻게든 철벽산성 같은 장벽을 넘어 성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성 안 진입의 가장 확실한 수단인 각종 고시와 시험 준비에 올인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진입장벽을 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와 같이 어렵다.

성 안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계속 장벽을 높이고 성 밖의 사람들은 그 장벽을 넘기 위해 온 인생을 걸거나, 아예 포기하는 삶을 사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 국가적으로나 엄청난 에너지 낭비이다.

성 안과 성 밖의 극심한 온도 차와 너무 높은 진입장벽은 인적 자원의 자연적 순환과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영업의 과잉과 몰락, 대기업과 공기업 생산 현장의 조로, 청년 실업의 급증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고 김 소장은 지적한다.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 의회, 정당, 노동조합, 시민사회 등은 구조적이고 본질적 접근이 없이 보조적 해법만을 남발한다며 김 소장은 통탄해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공의를 이루어야 할 공공의 무능함과 이기심에 답답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무능하고 부패한 공공=공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나는 김 소장의 분석과 결론에 적극 동의한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면 한국 사회 모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토지 문제에 대한 언급과 이해가 조금 부족한 듯하다. 그의 연구 지평이 토지 문제에까지 넓어지길 소망한다.

다시 정리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 앞에서 길을 잃었고, 공평과 정의가 실종된 비틀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디에도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은 없고, 문제 해결 의지와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절망하기보다는 간절히 소망한다!

이제 사회적 약자를 진정으로 대변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디자인할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 망국적인 지역 구도를 깨트리고 진보와 보수를 넘어 공평과 정의의 반석위에 대한민국을 다시 세울 정치세력이 출현해야 만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사랑이 바다처럼 넘치는 ‘공정국가’가 되어야 한다.

이제 ‘공정국가’ 건설을 위해 뜻이 있는 자는 뜻을 모으고 힘 있는 자는 힘을 모아야 한다.

“공의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