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베란다에 다꾸는 뿌리 또는 줄기식물들,
선인장 고무나무 일일초 행운목 돈나무 데쳐 나물이라도 무치면
푸짐할 몇몇 한해살이 화초들 야래향?  틈틈이 손보는 아내에게
턱짓으로 묻는 식물이름이 뜬금없는 지청구다 괜히 무안해 백
년 고송은 없네? 되물으려다 그만둔다 고송그림자 드리기엔 뱁
새다리 창문 뭐시 이리 곱다냐! 좁고 더워도 제 색과 모양으로 올
라 온, 아내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꽃 앞에 앉아 탄식하듯 감탄한
다 입만 열면 뿜어내 서로 듣는 원망과 푸념들 아내의 감탄이 그
래서 욕설이다

마르고 빨래가 꽃이다 조잘조잘 마르는 색색양말 너덜너덜 닳아
진 속옷가지 저녁에 주물렀다 아침에 털어 입고 나가는, 건설현
장 단벌출근복 붉은 남편의 티셔츠가 흑장미다 열대야는 암적색
티셔츠의 색상을 퇴색시킨다 더 많은 열대야를 보낸다고 해서
원망이, 푸념이 꽃으로 피진 않는다 말라가는 빨래에 휘어진 건
조대봉, 허리굽은 건설현장 잡부는 입고 벗기 편한 옷가지로 늙
어간다 평생 남의 집만 짓다 지쳐 코 곯는 밤 투덜거리듯, 야래향
夜來向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