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중국의 전국시대 말엽에 큰 활약을 한 4명의 정치인을 전국사공자(戰國四公子)라고 칭한다. 제나라의 맹상군, 조나라의 평원군,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큰 도량을 갖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다는 것이며, 이들 중 특히 맹상군에 대한 일화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맹상군의 일화 중 교토삼굴의 첫 번째 굴 이야기를 살펴보자. 맹상군은 빈객 풍훤에게 자신의 봉지(封地)인 설읍에 가서 백성들에게 빚을 받아오라고 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알아서 사오라고 했다. 풍훤은 설읍에 가서 채무자들을 모아놓고 채무증서를 모두 불태웠다. 풍훤은 맹상군이 그들의 채무를 탕감해준 것이라고 말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맹상군을 칭송했다. 풍훤은 자기 마음대로 빚을 탕감해주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무엇을 사왔는가 묻는 맹상군에게 풍훤은 ‘의(義)’를 사왔다고 말했다. 1년 후 맹상군은 재상의 자리에서 쫓겨났다. 설읍으로 낙향한 맹상군은 자신을 환영하는 백성들을 보고 풍훤이 사왔다던 ‘의’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됐다. 풍훤이 말한 ‘의’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지지였던 것이다. 풍훤은 ‘의’로써 맹상군의 세력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후 2개의 계책을 내놨으니 여기서 교토삼굴의 고사가 나왔다. 이야기의 맥락을 볼 때 천하의 대기(大器)인 맹상군도 풍훤의 황당한 행동에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올 것을 지정해주지 않고 일임한 상황에서 풍훤의 결정을 탓할 수 없었던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맹상군의 도량이 컸기 때문에 풍훤이 그처럼 대담한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맹상군이 풍훤의 행동을 질책할 정도의 그릇이었다면 어떻게 단기간에 ‘의’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누구나 굴을 원하지만 아무나 굴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다. 크고 중요한 대책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있다. 자신을 진심으로 도와줄 인맥을 쌓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란 말이다. 사람의 참된 마음을 얻기란 매우 어렵다. 작은 이익으로는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을 잡아둘 수 없다. 뭔가 큰 감동이 없으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것이 마음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풍훤은 그 감동을 ‘의’에서 찾았다. 왜 풍원은 막강한 권력과 부, 3천의 빈객을 거느리면서 뛰어난 인품을 가진 사람으로 정평이 난 맹상군에게 ‘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그 이유를 찾기에 앞서 ‘의’의 의미를 살펴보자. ‘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나 법도를 말한다. 더 생각하면 ‘의’는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할 수 있다. 맹상군은 국태민안을 추구함이 본분인 정치인으로서 전쟁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았다. 그는 중앙에서 정치를 하면서 엄청난 재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중 상당부분은 자신의 영지에서 충당했을 것이니 설읍 백성들의 삶이 힘들었음이 틀림없다. 그런 백성들을 쥐어짜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인가를 되묻고, 어떤 자세로 정치를 해야 할 것인가를 맹상군이 깨닫게 함이 풍훤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결국 맹상군은 백성들의 지지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였으니, 풍훤이 사다준 ‘의’가 맹상군의 정치생명을 살려낸 셈이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밝힌 사단설(四端說)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 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 부끄럽고 미워할 줄 아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을 논했다. 각각의 마음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단서가 된다. 네 가지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각각의 마음이 선한 품성을 중심으로 다른 마음들을 담고 있는 구조다. 하나가 있으면 다른 셋이 따라오고, 하나가 없으면 아무 것도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풍훤이 강조한 ‘의’는 선한 본성이 강력한 리더십의 요체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교토삼굴의 첫 번째 이야기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얕은 계책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방법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자세임을 알 수 있다. 배려와 소통이 공감과 감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배려와 소통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불확실성을 같이 해결하기 위해 애써 줄 사람들을 얻게 됨은 확실하다. 미래를 대비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얻어야 할 것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