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순 윤약국약사

정상(正常)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인지 모르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상이기보다 우수한 것을 좋아하고 또 바란다. 딸이 쌍둥이를 예정일 보다 근 2개월 정도 빨리 낳았다. 체중이 1.3Kg 1.7Kg이다. 정상체중 보다 한참 모자란다.

쌍둥이는 원래 40주를 다 채우고 낳을 수 없단다. 적어도 32주는 넘기고 체중이 2Kg은 넘어야 미숙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딸은 32주에서 3~4일 모자라게 낳았다. 엄마 뱃속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기에 최대한 버티려 입원까지 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학병원의 신생아들은 거의 인큐베이터 안에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 산부인과에서 출산하기 어려워 대학병원으로 오다 보니, 분만실로 들어가는 산모는 거의 없고 수술실에서 아기를 낳고 신생아는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간다. 우리 손녀들도 그랬다.

쌍둥이들은 체중이 적다보니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머금게 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딸도 애기들 앞에서는 씩씩한 척 하고 집에 와서는 눈에 밟혀 눈물바람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애들이 몸만 작지 있을 건 다 있고 울기도 하고 신체기능은 그 조건에서도 괜찮다는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 많은 아이들 중 호스를 달지 않고 있는 아이는 그나마 우리 애들뿐이다. 체중이 2Kg은 넘어야, 젖병을 빨을 수 있어야 퇴원을 하는데 며칠 동안은 오히려 체중이 줄었다. 태어날 때 체중의 10% 이상 줄 시는 위험하단다.

1.3Kg짜리 윤아가 하루에 40g도 빠져 애를 태우더니 5~6일 째부터 겨우 10g씩 늘었다. 10g 이 참으로 대단함을 알았다. 1.7Kg의 현아는 체중 늘어나는 속도가 윤아 보다 빨랐다. 하루 두 번씩 면회시간이 주어지는데 빨리 정상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매일매일 텔레파시를 보냈다.

2Kg이 넘자 캥거루케어가 시작 되었다. 면회시간에 아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는 것이다. 우유 10ml를 먹는데 10분도 더 걸렸다. 그 이상은 빨지를 못해 관을 통해 넣어주어야 했다. 그러기를 일주일, 혼자서 빠는 양이 조금씩 늘어났다. 청력 망막 뇌MRI 등 퇴원 시 필요한 검사를 하고서야 정상 판정을 받아 현아가 먼저 집으로 왔다. 거의 한 달만이다.

윤아도 캥거루케어가 시작 되었다. 아직도 빠는 힘이 약해 겨우 10ml 정도 밖에 못 빤다. 나무젓가락 같던 몸으로 하루하루 커가는 것이 신비하고  경이롭다. 그 작은 몸에서 품어져 나오는 강한 생명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 대단함에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딸의 산전 산후 입원비와 수술비, 애기들의 인큐베이터비와 검사비 등 돈도 걱정이었다. 딸 사위가 애기들이 미숙아라서 검사 한 가지 할 때마다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걱정이 태산인데 돈 걱정까지 시킬 수 없어 딸 통장에 거금(?)을 넣었다. 딸이 다 준비했다며 사양했지만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었다.

인큐베이터비는 전액 의료보험이 된단다. 예전에는 엄청 비싸서 나는 사실 그 걱정을 했다. 애기들이 교수 특진을 받는데 특진비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그대로 본인부담이 되었다. 미숙아라서 검사해야 할 게 많은데 검사비도 일부는 비보험이어서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둘이니 곱하기 2다.

딸의 직장에선 복지보험을 가입한단다. 딸의 올해 복지 포인트가 백만원 미만이었는데, 행정실에서 이런저런 서류를 갖춰 내라고 해서 제출했더니 600만원이나 나왔단다. 그 돈이면 저와 애기들 병원비는 얼추 되겠다며 딸이 좋아했다.

보건소에서는 ‘미숙아 보조사업’이란 것이 있단다. 시(市)에서 미숙아 치료를 도와주는 사업으로 저소득층과 셋째아이 이상에 해당되는데 딸은 넷째 다섯째여서 당연히 되었다. 

올 7월부터 쌍둥이를 낳은 경우 출산휴가가 3개월에서 4개월로 늘어났다. 딸도 9~12월 까지 출산휴가, 내년 1~2월은 겨울방학이어서 당분간은 별 어려움 없이 애기들이랑 같이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육아휴직을 낼 거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여러모로 고맙고 감사하다.

매일 하루에 두 번씩 병원으로 윤아 캥거루케어 가랴, 집에서는 현아 키우랴, 아홉살 여섯살 다섯살짜리 학교 보내고 유치원 보내고 데려오랴, 몸이 열이라도 부족할 형편이다. 너무 힘들어 혹여 딸이 산후우울증이라도 올까 전화를 자주한다. 쌍둥이들이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 것 보니 복덩이가 분명하다고 딸의 기분을 돋아준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애들은 3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자라 담당의사로부터 정상 판정을 받아야 정상으로 태어난 애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32주 미만, 2Kg미만으로 태어났지만 지금까지 우리 윤아 현아가 지내온 걸로 봐서는 앞으로도 별 일 없을 거란 믿음이 생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거지가 밥 얻어다 놓고 자식보고 웃는다”고 하셨다. 부모는 힘들어도 자식들 커가는 재미로 산다. 자식들은 그런 부모님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딸이 지치지 않게 쌍둥이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윤아가 젖병을 잘 빨아 어서 집으로 오길 기도한다. 정상이란 소리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