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가 말했다.

“무릇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또 내 언변이 나의 뜻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느냐의 어려움도 아니며, 내가 거리낌 없는 언변으로 나의 뜻을 다 보이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어려움도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어려움은 설복하려는 자의 마음을 알아 나의 언변을 그에게 맞출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설득하려는 상대가 고고한 명예를 구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인데 두터운 이익에 관한 내용으로 설득한다면 범속하다 여겨 대우가 낮아지고 반드시 멀리 내쳐질 것이다. 설득하려는 상대가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고고한 명예에 관한 내용으로 설득한다면, 생각이 없고 현실에 어두운 자라고 여겨져 반드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설득하려는 대상이 속으로는 이익을 쫓지만 겉으로는 고고한 명예를 따르는 척하는데 명망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유세를 하면, 상대는 겉으로는 그를 거둘지 모르나 마음으로는 항상 소원 시 할 것이며, 이익 되는 바를 들어 유세를 하면 속으로는 그의 말을 쓰기로 결정해도 겉으로는 그를 물리쳐 버릴 것이니, 이런 상황들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위 글은 <한비자> 「세난」편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로, 한비자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무릇 용이란 동물은 유순하여 길들이면 탈 수 있다. 그러나 턱 밑에 한자정도 되는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데, 설사 용을 길들인 사람이라도 그 비늘을 건드린다면 반드시 그를 죽인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다. 설득하려는 자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