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152cm의 단신에 뚱뚱하고 못 생긴 외모, 빈곤한 이탈리아 이민가정 출신, 보편적 행복과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 법조인, 정의로운 원칙에서 벗어나면 소속정당도 격렬하게 비판했던 국회의원, 가족살해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마피아 소탕, 부패와 폭력으로 얼룩진 도시를 재건한 정치인.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간 피오렐로 헨리 라 과디아(Fiorello Henry La Guardia, 1882~1947) 뉴욕 시장의 삶을 요약한 것이다. “원한다면 나를 급진주의자라고 해도 좋고 뭐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하지만 내 선거구에서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유권자가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원에 진출한 라 과디아는 실업보험 실시, 채무자 구제, 소액예금자 보호,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면서 뉴딜 정책의 토대를 제공했던 15년 동안의 의원 활동을 마치고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뉴욕 시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입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제대로 먹고 모든 가정이 신선한 공기와 햇볕을 확보하고 모든 남편과 아내가 행복해지기 전에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라 과디아는 부패한 공조직을 쇄신하고 뉴욕에 학교와 공원, 주택을 건설하면서 불과 10여 년 만에 뉴욕을 다른 세상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에게 ‘작은 꽃(Little flower)'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라 과이다는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 중 며칠을 굶은 손녀들을 위해 빵을 훔친 노파에게 벌금형을 선고하고, 이런 현실을 만들고 방조한 사회의 일원인 자신은 물론 방청객들에게도 벌금을 내게 한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불후의 명작 ’라 미제라블‘을 쓴 대문호 빅토르 위고와 라 과디아가 만났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라 과디아는 사회 문제를 시스템적 시각에서 접근한 듯하다. 그는 부패하고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의 기존질서를 바꾸려고 치열하게 싸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 시스템은 백마 타고 온 초인 한 사람의 힘으로 바뀌지 않았다. 사회시스템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뒹굴면서 정의로운 비전을 위해 헌신하는 리더와 민심이 함께 할 때 변화될 수 있었다. 그는 ‘소통과 열정’으로 자신의 비전을 세상과 공유하면서 시대정신을 대변했다. 라 과디아는 ‘소통하는 투쟁의 화신’이었다. 많은 법률과 정책이 가진 자들 중심으로 전개될 때, 그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반대의견과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정의를 외쳤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세상을 위해서 그 누구와도 대화하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동시에 불의을 물리치기 위해서 그 어떤 세력과도 과감하게 맞섰다. 그는 필부의 만용과 독단으로 세상을 시끄럽게만 하고 정작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독불장군이 아니었다. 열린 마음으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이를 이루기 위하여 대중들의 동참을 이끌어냄으로써 세상을 바꾼 전략가였다. 나는 전에 우 임금의 인익기익(人溺己溺)과 후직의 인기기기(人飢己飢)가 위정자의 마음가짐이어야 함을 말한 바 있다. 세상의 문제를 진실로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절실한 의지와 성실하고 지속적인 행동이 뒤따르게 된다. 절실한 문제에 직면한 사람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게 된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적극적인 소통만이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혼자서는 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정자의 역량을 소통하는 능력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통은 적당한 타협이 아니다. 소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서로의 이해(利害)관계와 신념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대안을 모색해가는 과정이다. 소통할수록 진실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성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쪽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소통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인내와 노력, 지혜가 요구된다. 라 과디아는 10여 년 만에 뉴욕을 바꿈으로써 소통의 힘을 증명한 거인이었다. “오늘이 뉴욕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첫 번째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뉴욕 시장에 취임한 라 과디아의 첫 마디였다. 그가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했던 도시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그에 대한 평가처럼 정당과 조직의 벽을 부수고 양심이 가리키는 대로 나아갈 때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아니었을까? 갈등이 만연한 대한민국의 답답한 현실을 소통으로 풀어나갈 한국의 라 과디아를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