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에서 진섭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여서 사람들과 함께 머슴살이를 하였다. 어느날 밭두둑에서 잠시 일손을 멈추고 쉬면서 불평과 원망을 하면서 말했다.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부귀하게 된다면 서로를 잊지 맙시다”

이에 머슴들은 비웃듯 “무슨 부귀가 있겠는가?” 했다.

그러자 진섭이 탄식하며 말했다.

“제비나 참새 따위가 기러기나 백조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

그런일이 있은 얼마 후에 진시황이 죽고 진이세가 제위에 오르자,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이때 진섭은 오광이라는 자와 함께 백성들이 진나라의 통치에 가혹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진이세는 막내아들이므로 제위를 계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의거를 일으켰다.

진섭은 여러 지역을 공략하여 함락시켰으며, 그때마다 병사들의 수도 늘어나 수만명에 이르게 되자 향관이나 지방 토호들은 진섭을 왕으로 추대하고, 국호를 초나라를 확장한다는 뜻의 장초(張楚)라고 하였다.

진섭이 왕으로 불린 것은 불과 6개월간이었다. 그가 왕이 된 후 찾아온 친구들이 오만불손하게 지나간 일들을 더듬어 자신의 위엄을 해쳤다며 모두 참수시켰다. 이 일이 있은 후 진섭의 또 다른 옛 친구들은 그의 곁을 모두 떠났다.

이로 인해 진섭은 계획했던 일을 실패하고 말았다.

<사기>의 진섭세가(陣涉世家)에 나오는 이야기로 제비나 참새와 같은 작은 새가 기러기나 고니 같은 큰 새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