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이 만든 시간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새해 벽두에 뜨는 해와 불과 하루 전에 뜬 해가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는가? 하지만 사람에게 2015년 새벽에 떠오르는 해와 2014년 마지막 해는 분명히 다르게 다가온다. 1월 1일. 우리는 지난해의 좋지 않았던 기억을 시간의 강에 띄워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새해 첫 자락은 각오와 희망으로 시작된다. 소망을 담은 계획을 세우고 뭔가 좋은 일만 있을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란 관념은 사람에게 세상을 새롭게 살아갈 힘을 준다.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한다. 정월은 본디 고대 중국에서 역성혁명으로 새로운 국가질서가 만들어지면 역법(曆法)을 하늘의 도에 맞게 고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정월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가 되고, 사람을 중심으로 일을 성취하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설명된다. 정월은 ‘바름’을 중심으로 사람이 화합함으로써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기라는 의미다. 서양의 1월인 January는 로마신화에서 ‘문(門)의 신’으로서 사물과 계절의 시초를 주관하는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야누스가 2개의 얼굴을 갖는 이유는 그 때문인 것 같다. 로마인들은 새해의 시작을 지난해와의 단절로 본 것이 아닌 듯하다. 연속된 시간에서 새로움을 찾으려면 지난 시간을 동시에 성찰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야누스로 1월을 상징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동서양의 1월에 대한 유래를 살펴볼 때, 새해에 대한 고대인의 관념은 현대인의 그것과 다소 다른 듯하다. 고대인은 새로운 해가 주는 미래를 단순하게 희망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화합을 위한 대결단과 실천의 시기로 여겼고, 잘못된 과거를 끊임없이 반성할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새해가 주는 희망의 약속은 ‘바름’을 지향할 때만 얻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는 시기가 바로 1월이었던 것이 아닐까? 지난 2014년은 우리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극명하게 드러난 해였다. 경기 침체 속에서 세월호 참사, 야권의 선거 참패, 복지 및 재정 논란, 군의 총체적 부실, 사자방 비리의혹, 비선의 국정개입 논란, 땅콩회항사건, 연금 논란, 노동유연화정책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 등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국론은 사분오열됐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한숨짓는 해였다. 갈등이 온 나라를 덮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었던 암울한 해였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름 아닌 ‘소통 부재’에 있다. 불통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필연적으로 불공평, 비효율, 부조리를 낳는다. 이는 사회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신뢰를 파괴한다. 불신은 소모적 갈등과 극단적 이기주의로 이어져서 화합을 막는다. 화합이 없는 병든 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움이 싹트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겠는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새해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는 언어의 성찬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소통에 대한 확고한 실천의지 및 구체적 방법의 제시가 없는 비전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새해 벽두의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다. ‘바름과 상식’을 유일한 기준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린 담론의 장이 절실하다. 새롭다(新)는 말은 도끼로 나무를 벤다는 의미다. 과거의 적폐와 단절하는 것이 새로움이다. 적폐는 불통으로 인한 갈등에서 생긴다. 소통을 막는 칡넝쿨과 등나무를 찍어내야 새로움이 생긴다. 새로운 시간은 2015년 첫 번째 해가 가져다주지 않는다. 모두가 살만한 세상을 만들려고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처절한 노력으로만 새로움을 얻을 수 있다. 소통은 갈등을 찍어내는 도끼다. 2015년이야말로 우리사회가 소통으로 날로 새로워지기를 바라며, 독자제현 모두가 뜻하는 바를 이룰 것을 삼가 기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