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그동안 글을 기고해 오면서 나는 거의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왔다.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한 두 마디로 정리하는 힘이 있어 애용(?)해 왔다. 그런데,『논어』를 자꾸 써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고전을 몇 번 보게 되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과연 공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공자의 중심사상은 무엇일까? 궁금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공자의 사상은 인(仁)이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인(仁)말고 자꾸 눈이 가는 단어가 따로 있었다. 바로 그것은 중용(中庸)이었다.(이것은 학술적인 견해가 아니라 그저 논어를 몇 번 읽어 본 촌부의 개인 의견임을 미리 밝혀둔다)

중용하면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지었다는 『중용』이라는 고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논어』에서 중용이라는 개념이 먼저 나왔다는 사실과 자사의 중용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용이라는 단어는 『논어:옹야편』에 단 한번 쓰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중용적 의미가 논어 전반에 걸쳐서 매우 중요하게 나타나 있다.

“子曰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견乎 狂者 進取 견者 有所不爲也” (자로편)
중행(中行)을 얻지 못하고 간여하면 반드시 과격해지거나 완고해진다. 과격한 자는 나아가 취하려고만 하고 완고한 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

 “子貢問 師與商也 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선진편)
자공이 묻기를 “사와 상중에 누가 더 낫습니까?” 공자 말씀하시길 “사는 지나치고 상은 모자란다.” 자공이 말하기를 “그러면 사가 더 낫습니까?” 공자 말씀하시길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

 “子在陳曰 歸與歸與 吾黨之小子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공야장편)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말씀하셨다. “돌아가야겠다. 돌아가야겠어. 나를 따르는 젊은이들은 과격하고 단순하여 찬란하게 무늬옷감은 이루었으나 그것을 어떻게 마름질해 나가야 할지는 알지 못하는구나.”
어떤 일을 할 때 강하게 밀어 부쳐야 할 때도 있고 저항해야 할 때도 있으며 움직이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모두는 반드시 중용을 끼고 하는 행위여야 함을 공자는 강조하고 있다. 중용을 잃으면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당한 자리를 이미 벗어나서 정당하지 않은 자리에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시도되는 소모적 추구가 된다. 그것은 훌륭한 뜻(?)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생산할 수 없는 비정상일 뿐이다.

 “子曰攻乎異端 斯害也已”(위정편)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이단을 공격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이다.”
이단을 자꾸 공격하고 ‘이단을 잡아라’라고 외치는 것은 또 하나의 이단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단을 이기고 중용을 찾는 것은 이단을 공격해서가 아니라 중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욱 중용적 행위를 하는 것이며 이단이 무엇인가를 사실적으로 확인시키는 일임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여기서 이단이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중심을 잃고 극단으로 치우쳐 버리는 것을 말한다) 

 “子曰 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民鮮久矣”(옹야편)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가운데의 하찮음(中庸)이 덕이 되니 그 얼마나 지극한가. 백성들은 오래 유지하는 일이 드물구나.”
공자가 그토록 강조한 중간치, 양단이 아닌 가운데치는 팽배한 양극화 현상, 진영논리속에서는 도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평범한 혹은 하찮음에 불과하다. 그래서 중용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모든 진실과 정의로움은 바로 그 정당한 자리에서 시작되고 그 자리에서 완결되니 정당한 자리를 찾는 일이 하찮해 보여도 가장 위대한 일인 것이다.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자한편)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지혜가 있는가? 지혜는 없다. 미천한 사람이 있어 내게 물어 오면 나는 막막하다. 나는 그 양극단을 두드려 주는 것이 고작이다.”
공자는 그 시작으로 열린 마음과 소통, 그리고 사실(Fact)을 먼저 꼽았다. 그래야 양극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중간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며 정당한 자리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바로 우리가 시작해야 부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