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고양이

이  윤  상

내 거울 속에는 언제나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직시하는 눈,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 거울을 들여다 볼 때마다 섬뜩한
냉기를 느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지만,
그 하얀 고양이는 나의 거울에 갇혀 움찔하지도
못하고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늘 날 인가 내 거울 속의 고양이는 풀이  꺾여 있었다.
그날 나는 집을 나서 먼 길을 가게 되었고, 중도에
몸시 아파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의 모습은 더욱 짜증이 나지만,
그런 날일수록 고양이의 모습은 더욱 날렵해 보이고
소름이 끼쳐 오기도 한다.

며칠 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나는 고양이가
보고 싶어졌고, 나의 흐트러진 모습이 거울 속에
갇혀 있었다. 순간 거울은 산산 조각이 나고
고양이는 다시 나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약력
△ 한국 문인협회 회원
△ 한국 문인협회 익산지부장
△ 청문학 동인회 회장 역임
△ 원광 문인협회 회원
△ 청문학 동인회 회원
△ 시집 뻐꾸기는 집을 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