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지방자치단체가 부족한 예산 마련을 위해서 집기를 내다 파는 세일행사를 연다. 일본 홋가이도 유바리 市=18년 동안 부채를 갚기 위해서 공무원의 월급을 30% 깍고 4년 동안 공무원 정원을 반으로 줄인다.

지방세는 폭증하였는데도 공공서비스는 대폭 줄어들고 공공요금은 치솟는다.  형편없는 삶의 질 때문에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줄줄이 떠나서 12만 명이었던 인구가 1만2천명이 된다.

부동산 값은 폭락하고 지역경제가 붕괴된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 두 사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해외에서는 지자체의 파산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재미있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역사가 긴 나라에서 이런 충격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자치라는 권리 향유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자체 파산의 원인은 주로 무책임한 지방행정에서 비롯된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무리한 선거공약을 내걸고, 또 차기 정치행보를 위해서 선심성 사업을 남발한다.

행정일선에 있는 지방공무원은 단체장의 눈치를 보면서 무책임으로 일관한다. 애 궂은 주민들만 공공서비스 감소와 세금폭탄으로 죽어난다. 

물론 원인을 따져보면 무책임하게 투표를 하고 행정에 무관심하였던 주민들의 업보겠지만!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후 자치단체들의 빚이 급증하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타당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하고 예산을 낭비한 것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아직 지자체 파산이 나오지 않은 것은 중앙정부가 예산 통제와 지원을 동시에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년부터 부가세의 5%를 지방소득세로 돌려서 지자체의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나아가서 3년 뒤에는 지자체가 과세권을 갖고 독자적인 과세표준과 세율, 감면제도 등을 행사하는 것까지 말도 나온다고 한다.

이런 지방자치권의 확대는 중앙정부의 지원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치가 실현되면 우리나라의 지자체 파산도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방만한 운영으로 파산한 지자체의 회생을 위해서 중앙정부의 세금을 쏟아 붙는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결국 파산으로 인한 고통은 전적으로 해당 지자체의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난 1992년 파산한 일본 후쿠오카현(福岡縣) 아카이케정(赤池町)의 경우에도 2000년 겨우 흑자재정으로 돌아섰지만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 

지자체 파산에 따른 후유증은 이토록 크며, 주민들은 보유부동산의 가치폭락과 함께 형편없는 삶의 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크게 생각할 것도 없다.  파산으로 인구가 급감했을 때, 내 재산과 삶의 질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이제 선거와 행정에 무관심하면 나도 모르게 알거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려나보다. 위의 그림은 파산한 유바리市가 관광홍보를 위해서 최근에 만든 ‘유바리 부부’라는 캐릭터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고 한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힘들게 리어커를 끄는 부부애를 잘 표현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