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 선언을 번복하고 ‘공천 회귀’로 선회했다.
이로 인해 기존 민주당 소속 후보들과 안철수 연대 쪽 후보들이 한 집에서 경선을 치르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됐다. 특히 대부분 정치 신인들인 안철수 쪽 후보들의 낙담이 크다.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기성 정치인들과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전 민주당적으로 현역 정치활동을 했던 후보들도 갑자기 맞닥뜨린 낯선 상대와의 경선에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대과 없이 임기를 마친 기성 청치인들은 겉으로는 압승을 장담하면서도 내심 공천 룰이 어떻게 정해질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철수 쪽에서 형평성을 내세워 현역 정치인들에게 일정한 핸디를 주는 공천룰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공천 룰을 정하는 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기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도 안철수식 충동 행보를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고, 안철수의 당 장악을 위한 노림수에 휘둘리지 않도록 공천방식 확정위를 객관적으로 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안철수가 보여준 자가당착과 무소신은 새정치연합의 앞날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안철수는 당초 “양당제의 폐해를 넘어 다원화된 정치질서를 만들기 위해 독자적 길을 가겠다”고 공언하며 전 민주당의 영입제의를 거절하며 버티다가 인물난 등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갑자기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했다.
그는 또, 민주당과의 합당이 새정치의 정신인 “기초공천 폐지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라고 강조하면서 두 달 가까이 버티다가 새누리당의 비상식적 행태와 당내 갈등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공천 회귀로 나타난 직후 “정치인 안철수의 신념이 당원 전체의 뜻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곧 자신이 제1야당의 대표 자격이나 역량이 없다고 시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결딴이 났고, 더이상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번 조사 결과를 “당원의 뜻이 일단 선거에서 이겨 정부·여당을 견제할 힘부터 가지라는 명령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을 때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이 오히려 이번 6.4지방선거가 암담하게 느끼는 이유다.
그는 여론조사 전날 국민 앞에서 합당정신을 강조하며 “정치생명을 걸 각오를 하고 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고, 그 이틀 전 심야 지도부회의에서는 “결과가 공천 유지로 나오면 책임지겠다. 신임투표의 성격으로 받아들이고, 대표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할 생각도 있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었다.
그러나 안철수는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서 여전히 선거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태도다.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를 위해서는 안철수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라도 자중하며 정치적 역량을 기르는데 매진해주기를 바란다.            

네거티브 선전행태, 피해가 너무 크다

6.4지방선거가 초입에서부터 꼬이고 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탓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쉬운 선거를 염두에 둔 행태가 아니겠는냐는 분석도 나온다. 형사처벌에 의해 낙마시키는 것만큼 쉬운 정치가 어디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일단 고소하고 보자는 식이었을 때 유효하다. 악의적으로 날뛰는 상대 후보를 상대로 인내하며 개선의 기회를 줬지만,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데 대해 최후 수단으로 법에 호소하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상대 후보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상처를 입히는 불공정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데도, 공명선거 질서를 지켜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내버려 둔 것이 문제다.
특히, 수 건의 익산시장 후보들간 고소 고발 사건 가운데, 두 건의 고소에 휘말린 J후보는 도덕성과 후보 자질 면에서 도마 위에 올라있다. 그는 1년여 전부터 공직자 신분으로 주말에 익산에 내려와 현직 시장을 비방하고 현직 시장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다가 최근 고소를 당했다.
J씨는 또, 최근 자신이 현직시장을 1% 차로 바짝 뒤쫓고 다른 후보들은 극미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해 B후보에 의해 고소를 당했다. J씨의 정치 행보가 네거티브로 점철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의 저질 정치는 시민들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함량을 속여 당선되더라도 보궐선거를 발생시키면 사회적 비용 낭비가 적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정정당당한 선거에 임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