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장파·역전파·구시장파는 익산에서 생소하지 않다. 조직력와 동원력을 비교했을 때 전국 무대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고, 선후배간의 서열이 오랫동안 선명하게 유지되는 등 전통을 자랑한다.

치안 당국은 "조폭을 뿌리뽑아 조폭도시라는 오명을 씻어내겠다"고 입버릇 처럼 말해 왔지만, 익산의 조폭들은 건재하다. 최근에는, 33년 전 신군부가 조폭 소탕령을 내린 이후 유례없는 조폭관련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익산의 치안 시계가 크게 퇴행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우선은 조폭들이 대부분 자신이 조폭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경향이 심해졌다.

한 배차장파 조직원은 몇일 전, 음식점 주인이 건방지게 대답했다는 이유로 그릇들을 집어던지고, 명함통과 이쑤시개 통으로 얼굴을 때렸으며, 출입문을 발로 차 파손했다.

또 다른 배차장파 조직원은 한 시민을 다짜고짜 폭행하고 달아난 시민을 쫓아가 6주간 병원신세를 지도록 상해를 입혔는데, 그 이유는 단지 자신을 '쳐다봤다'는 것이었다.

또 한 역전파 조직원은 며칠 전, 자신에게 외제차를 팔고 허위로 도난신고를 한 피해자 두명을 차량에 감금하고 "내가 익산 깡패인데 잘못 건드렸다"며 차량대금을 책임지는 각서를 강제로 받아냈다.

일반인에게 조폭의 근성을 드러내기를 망설이지 않고, 조폭이라는 점을 내세워 위협하는 초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음주단속에 적발된 한 역전파 행동대장은 현장 주변에 있던 한 청소년이 자신의 음주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오인하고 자신의 차에 싣고 있던 당구 큐대로 폭행을 가했다. 당구장에나 있어야 할 큐대를 차에서 꺼내고 자신의 위법사실을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경고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이런 조폭들의 세상에 대한 동경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달 전에는 구시장파 행동대원과 추종자들이 가출한 여고생들을 여관에 감금하고 수백명의 남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는데, 조직원도 아니면서 조폭들을 도와 범행을 저지른 추종자들은 수개월 동안 범법행위에 대한 내부 갈등을 일으킨 적이 없다.

또한, 이들 추종자 중에는 경찰 행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도 끼어 있었다. 이는, 이런 조폭과 경찰 사이를 매개하는 통로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며칠 전에는 갓 성인이 된 3명의 남자들이 배차장파 행동대원으로 새로 가입해 조직 단합 모임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거리를 활보하다가 검거됐다.

익산의 조폭들 상당수는 유흥가에 스며들어 있다. 구시장파 조직원 3명은 각각 다른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상당기간 여종업원과 손님들 간의 성매매를 알선하다가 검거됐다.

이처럼 익산 조폭의 문제는 사건의 크고 작은 것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치안당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민들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정글심리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조폭들의 해이된 준법정신을 바로 세워 불안한 치안을 회복하기 위한 제 2의 조폭 소탕령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늘, 조폭들의 발호에 대한 책임에서 익산경찰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보조금 사용·관리 책임 모두 엄벌해야 한다

최근 적발된 시설하우스 보조금 편취 사건에 공직사회나 농촌에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그 규모가 16억원에 달하고 업자와 공모한 농가가 64개에 달하는 데도, 보조금 사업이 대충 그런것 아니냐는 태도다.

이런 도덕적 헤이는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보조금 횡령사건으로 단련된 군살의 두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농가에서 보조금의 취지를 망각하고 자기 주머니에 들어온 돈으로 보조금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부조리는 보조금 사용이 목적대로 잘 되고 있는지 지휘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이 현장 관리를 해태하여 키운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을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력이 부족하다", “까다로운 준공검사를 농가에서 싫어한다"는 상투적인 이유를 댄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해당 농민들의 피의자 신분에서 제외하고, 담당 공무원들을 방치한 데 대해 비판이 이는 이유다.

행정행위와 관련된 사법처리란, 잘못을 그저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일벌백계 효과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그 보다 큰 보조금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죄의식 부재'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