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장이며 웅포 베어리버 골프장 소유자인 김승학과 익산상공회의소 전 한회장이 형사소추 대상이 됐다. 이들은 4년 동안 70명에게 골프회원권을 분양해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전북은행에서 모두 118회에 걸쳐 508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웅포 베어리버 골프장은 파산상태에 이르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해 김승학의 불법대출에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과 정식으로 회원권을 매입했던 수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 상공회의소 회장은 김 씨 등이 허위 회원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13억원 상당의 무기명 회원권 7매를 자신과 가족들 명의로 분양받은 것처럼 은행에 담보로 제출해 54억6천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다.

이에 앞서, 1천100여명의 웅포골프장 회원들은 지난달 불법 대출 및 대여로 회사에 21억원의 손해를 끼친 김승학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김 회장이 회원권 입회금 1천770억원과 은행 대출금 1천143억원 등 모두 2천900억원의 거액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경찰이 입건한 대출사기는 김승학의 사기행각 중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김승학은 13년 전 상공회의소 한 회장을 앞세워 익산시장과 시민들을 속였다. 익산에서 골프월드컵을 개최하면 세계 각국의 프로골퍼들과 그 가족은 물론 관계자들이 방문해 천문학적인 직·간접적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미끼를 던졌다.

골프월드컵을 유치하고 프로골퍼들을 양성하는 등 익산이 골프의 메카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 골프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김승학은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이었고 그가 동반한 한 회장은 익산지역의 경제단체장이었다. 김승학은 그런 점을 내세워 골프월드컵 정도는 얼마든지 익산에 유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익산시장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새라 신속하게 골프장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주민들이 땅을 팔지 않고 버틸 것을 대비해 해당 부지를 관광지로 지정받고 보상에 불응하는 주민들의 땅을 수용재결해 헐값에 강탈했다. 골프장조성부지 내로 편입된 산은 관광체육시설부지로 국토변경되면서 그 가격이 수백배 뛰어 올랐다.

익산시는 토지매입을 비롯한 모든 절차를 대행해주고 준조세까지 부담하면서 골프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골프월드컵은 유치되지 않았다.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김승학 등은 당시 언론등을 매수해 금방이라도 월드컵이 유치되는 것처럼 속이며 차일피일 미뤘는데, 몇년 뒤부터는 웅포골프장 조성의 단초가 되었던 골프월드컵 유치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당초 조성계획상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골프월드컵 유치규모에 미달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36홀까지 확장한 것이다. 이로인해 관광지조성 승인 조건이었던 관광체육시설부지 내의 공공시설부지 즉, 연수원 및 골프학교와 공공시설부지 대부분이 골프장에 잠식돼 준공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웅포골프장 측은 6년 동안 준공허가도 받지 않고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틈만 나면 수백억원을 투입해야 할 공공부문을 회피하고 준공허가를 받으려고 시도해 왔다.

그런데 최근 웅포골프장 회원들로 구성된 비대위와 웅포골프장측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채권을 사들인 급조된 A사가 김승학과 관련있다는 설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의 웅포골프장을 파산시켜 부채와 공공부문 이행의무를 소멸시킨 뒤 A사가 헐값에 매입한다는 시나리오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 부도덕성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검찰과 익산시가 예의주시해야 할 점이다. 특히 익산시는 어떤 경우에도 김승학의 사기에 또다시 넘어가지 않도록 철저한 법적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웅포골프장 회원수는 올 6월 기준으로 1천100여명, 회원권 금액은 총 1천770억 원이다. 여기에 신탁회사 채권 710억과 금융기관 채권 326억 원 등을 포함하면 이 회사는 총 3천억 원을 훌쩍 넘는 빚을 안고 있다.

회사 경영진은 해마다 발생하는 수백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회원권을 남발했고 이로인해 영문도 모를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모 중소기업인은 골프장 공사를 주겠다는 말에 13억 원의 은행대출을 받아 회원권 몇 장을 샀다가 현재 공사는 커녕 빚더미에 앉아 도산위기에 몰려있다. 공사대금을 회원권으로 대신 받은 납품업자 역시 골프장이 빚더미에 앉아 불안감에 잠못 이루고 있다.

누가 인수하든 웅포골프장이 당초 관광계획상의 의무를 면탈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