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모현동 배산 에코르 아파트를 부실시공한 정황이 짙다. 지하주차장 바닥이 광범위하게 패였는데 거기에서 떨어져 나온 콘크리트는 손으로 쥐자 흙덩이 처럼 부서졌다. 또 그 콘크리트 바닥을 덮은 에폭시가 곳곳에서 벗겨져 있었다. 게다가 콘크리트의 균열을 잡아주는 용접철망(와이어메쉬)은 규격 미달로 드러났다.

콘크리트의 시멘트 함량이 미달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에폭시 코팅 두께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용접철망은 설계 규격 굵기보다 절반가량 가늘고 격자 폭도 50mm나 넓었다. 현장은 총체적인 부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시행주체인 전북개발공사가 공사를 중지시키고 지난 23일 현장 조사에 나선 가운데, 시공사인 광주 제일건설(주)은 지난 24일과 25일 현장을 콘트리트로 덮어버렸다.

누가 보아도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 전체를 재시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이같은 부실시공 책임 소재를 가려 의법조치해야 마땅한 사안이었다. 특히, 아파트 본건물의 골재와 부재들이 제대로 사용됐는지를 정밀진단해 거주자들의 안전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큰크리트에 덮인 현장은 짙은 의혹을 초래한다. 시행사와 시공사, 책임감리단, 그리고 준공허가기관이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산 것이다. 시행사인 전북개발공사나 허가기관인 익산시는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해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를 해태하면서 이들 일선 주체들이 부실시공으로 편취한 시공사의 이익을 공유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한 것이다.

특히, 규격미달의 용접철망을 사용한 것만 가지고도 시공사와 책임감리단은 사법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익산시 담당자는 시행자가 공공기관인 전북개발공사이니 전북개발공사가 조사하고 처분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또 전북개발공사는 책임감리단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미뤘다.

또한 책임감리단은 10일 째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책임 감리단과 시공사의 유착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부실시공 사실이 드러났는데, 도둑에게 도둑을 잡으라는 꼴이 이닌가. 전북개발공사와 익산시는 왜 직접 조사에 나서지 않는가.

더구나 드러난 사안은 단 하루면 모두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의 현장을 미봉하고 처분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유야무야 되기를 바라는 요행심리가 아닌가. 이것이야 말로 안전불감증의 근원이다. 지휘감독을 해야 할 지위에 있는자는 어영부영 책임을 회피하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자는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가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것이다.

전북개발공사가 또다른 관피아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총체적 부실과 총체적 비리가 의심되는데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공기업의 윤리가 제대로 서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파트는 보금자리다. 사람이 늘 상주하는 곳이다. 문제의 모현동 배산 에코르에는 2천명 내외의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안이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입주민들은 시행사가 공공기관이라는 점에 더 많은 점수를 주며, 미분양이 넘쳐나는 공동주택 시장에서 높은 경쟁률로 에코르를 선택했다. 도민들에 의해 존재하는 공기업으로서 취하는 입장이 미봉과 호도여서는 결코 안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고객을 배신하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만고의 진리다. 이 아파트의 골재와 부재가 함량미달이 아니라 이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함량미달이라는 생각을 시민들로부터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전북개발공사는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전북개발공사는 당장 시공사에 배산 에코르 지하주차장의 전면적인 재시공을 명하고 책임감리단과 시공사의 책임을 물은 뒤, 아파트 본 건물에 대한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해 불안에 떨고 있는 입주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