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잡음과 극심한 네거티브로 얼룩졌던 6.4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익산지역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아성에 균열이 뚜렷하게 일어났다. 익산시장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고,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는 4명의 무소속과 2명의 정의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이 지각변동은 유권자들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여·야 공동의 책임론이 준엄하게 반영됐다. 익산지역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이한수 시장을 막연히 견제하는 저항대가 더했다. 또한 8년 동안 이한수호에 제기된 묵은 비판들이 확대 재생산되어 이한수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따라서 이번에 한 표를 행사한 익산의 유권자들은 ‘인물’을 뽑았다기 보다는 ‘차선’을 뽑았다는 평가가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박경철 당선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고언이다. 사실 박경철 당선자의 정치는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봐야 옳다. 12번 도전한 끝에 차지한 ‘지금’의 영광에 함몰되기보다,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일방통행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27년 동안 패배하면서 겪어 온 관계의 단절감과 적개심으로 쌓인 원한에 따른 칼부림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오랜 세월 꺾지 않은 불굴의 의지는 ‘정치인이란 투사가 아니다’는 점을 깨우치는 기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춥고 배고픈 시절 지켜 온 절개와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 내밀었던 손이 합일되면 공직사회를 정화하는 필터가 될 것이다. 다른 진영을 배척하지 않고 화해와 상생을 주도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익산과 같은 새정치연합의 텃밭에서 무소속은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스스로 고립되어 배제로 일관하면 박 당선자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집행부의 수장으로서 주민들의 복리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시의회와 대척점에 서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점이 유권자들이 박 당선자를 선택하려고 할 때 가장 망설였을 부분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선택해 준 유권자들에게 보답할 길은 자신과 정치 공동체가 오직 시민의 이익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또 하나, 박 당선자는 익산지역의 정치 문화 못지 않게 선거 문화를 선도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6.4지방선거에서 보여 준 박 당선자의 행태가 흑색 비방으로 치우친 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물고 늘어졌던 이한수 후보의 실정을 명확하게 바로잡지 않으면, 본인이 만든 덫에 본인이 걸려드는 꼴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를테면 소각장 철거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이것은 박 당선자가 8년 동안 부르짖어 온 것이고, 같은 기간 중에 박 당선자를 환경운동가 혹은 시민운동가로 인식시킨 결정적인 기제였기 때문이다. 비판이 전부였던 힘 없던 박 당선자는 이제 곧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익산시의 수장으로 지위를 옮겨간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만약 핑곗거리를 찾아 책무를 회피한다면, 과거 민선 4기에서 ‘소각장 건설 전면 재검토’ 약속을 뒤집은 이한수 후보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박 당선자의 시민운동가적 결단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과 언론의 치열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박 당선자는 행정조직을 운용하는 수장의 마인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한 주경야독이 필요하다. 가령, 소각장을 철거하면 주변에서 난방에너지를 공급받던 저소득층들의 반발이 있을테고, 입지선정 과정에서 입지지역민들과의 충돌에 봉착할 것이다. 또, 철거와 매립장 조성에 필요한 1천억원 이상의 비용 문제가 기다린다.

주민들과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내고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가뜩이나 박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익산시가 지고 있는 3천8백억원의 부채를 문제삼지 않았던가. 이 부채를 최단기간에 갚겠다고 공언했으면서, 1천억원의 빚을 더 얻기 위해서는 주민과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출직 공직자는 이렇게 행정과 시민을 조정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었을지라도, 이제는 박 당선자의 신념이 실학적 근거를 확보하여 실현되지 않는다면, 주어진 4년의 고통이 박 당선자 본인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익산시민들이 모두 함께 고통을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무능한 사람을 뽑은 무능한 시민이냐’, ‘유능한 사람을 뽑은 유능한 시민이냐'는 오직 박 당선자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