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농업과 상업으로 대별되는 도·농통합도시다. 단적으로 농촌에서 농사지어 번 돈을 도시에서 쓰는 소비도시형이다. 1.2산단 등 공업단지가 있지만 몇몇 대기업 공장을 제외하곤 중소기업이 대종을 이룬다. 게다가 환경오염 유발도가 높은 기업과 경쟁력이 저조한 업체 등의 구성비율이 높아 산업구조가 취약하다.

이렇게 사양길에 오른 기업들은 투자가 불가능하고 고용을 늘릴 수도 없다. 폐업이 속출하는 현상은 공단과 도시의 미래를 비춘다. 과거 익산의 융성기를 이끌었던 섬유와 보석, 석재 산업 조차 빈사상태다. 철도를 중심으로 한 물류기반도 소비도시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정된 소비자원 안에서 상인들의 생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주요도심의 상점들은 수시로 업종이 바뀌거나 텅비어가고, 설상가상으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익산이 생산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가리키는 지표들이다. 민선 4기와 5기는 이런 난제의 해법으로 '산업기반시설 확충'을 상정했다.

함열의료과학산단과 삼기일반산업단지 조성은 그 대표적인 대안이었다. 총 2천669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됐는데, 익산시는 이가운데 899억원을 분양대금으로 회수해 599억원을 재투자하고 300억원의 부채를 갚았다. 익산시가 공기업특별회계로 보유하고 있던 855억원을 제외한 1천464억원이 지방채로 충당됐다.

따라서 익산시가 산단부지 분양대금으로 갚아야 할 부채는 1천164억원이다. 익산시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기업유치에 매달리고 있다. 그동안 투자 협약을 맺거나 투자의향을 보인 기업들을 감안하면 부채청산 시기는 그리 멀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전임시장이 3선에 실패한 요인 가운데 이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무엇보다 박경철 당선인이 토론회 때마다 부채 책임 추궁에 올인했다. 산업단지는 익산시의 장기 비전이었으나 전임시장에게는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의 모든 문제는 전임시장이 시기를 잘못 선택한데 있었다. BTL이나 BTO등 이른바 외상공사로 발생할 부채 등에 따라 부채규모가 한꺼번에 늘어나는 부담을 간과한 것이다.

가시적으로 드러난 3천600여억원의 부채는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생산기반을 조성하는데도 이렇게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여튼 민선 6기를 이끌 박경철 호는 부채 조기청산을 위해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 건전재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물며 생산성과 거리가 먼 일로 부채를 발생시켜서야 되겠는가.

멀쩡한 소각장을 해체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데 어떻게 하든 1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새청사를 짓는데도 1천억여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익산시민들의 상수원인 신흥정수장을 공원화하고 광역상수도를 공급하는데는 1백억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고 익산시민들의 상수도 분담금은 30% 늘어난다.

그런데도 인수위원회 가동 단계에서부터 이런 사업들이 당선자와 공무원들 입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공약은 지켜야 한다. 또 당면한 숙원도 해소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을 벌이는 데는 분수에 맞게 해야 한다. 목적은 옳았으나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침몰한 전임시장 체제를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