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는 지난 11일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원수와 공급체계를 바꾸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고산 어우보 물을 대간선수로를 통해 끌어다가 정수해 공급하던 체계를 폐지하고 용담댐 물을 끌어다가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선 6기 출범 직후 새시장이 내건 이 같은 수돗물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대두됐었고, 원구성 이후 처음 열린 시의회 해당 상임위에서도 강한 반대의사가 표명됐는데도, 사전조율이나 시민적 합의절차를 일절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어우보 물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농업용수인데다, 용수로가 개방형으로 되어 있어 수질오염사고 우려 등 불안 요인이 높다는 게 익산시가 내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자기부정이다. 익산시는 지난 수년 동안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수장과 용수로 전역에 대해 워터투어를 실시하면서 그 안전성을 강조해 왔다. 신흥정수장의 시설과 기술은 끓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자랑이 그 중심에 있었다. 개방된 용수로 오염은 철통같은 점검으로 방지하고 있으며, 용수로 주변 오염원은 이웃 완주군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는 게 워터투어의 내용이었다. 이렇게 안전한 물을 전주시나 군산시보다 싸게 공급하고 있다는 자랑은 공신력을 얻었고, 이는 최근 몇 년 새 상당 폭으로 오른 수돗물 값을 시민들이 감수해준 배경이었다. 또, 최근 환경부 분석결과에 따르면, 어우보 물과 용담댐 물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상급수다. 그런데 시장이 새로 바뀌면서 익산시의 기존 상수도 공급체계가 갑자기 불안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느닷없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이 207%나 인상되는 상수도요금을 감당해야 한다고 몰아가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촌극을 기획한 저변에는 어떤 의도가 깔려있는가. 공공요금 인상은 생활물가의 연쇄상승을 부추긴다. 수돗물을 대량 사용하는 업소와 기업들은 덩달아 오른 원부자재가 상승으로 그 몇 배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에 상당하는 원가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지울 수밖에 없다. 익산시민들은 이중고를 겪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공공요금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수돗물 가격 인상을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신임 시장이 시민을 상대로 한 공약을 지키려고 하는 태도는 일견 바람직하다. 자신이 던진 말을 책임지려는 태도는 요즘 지도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덕목이다. 하지만, 신흥정수장 호수를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선물하겠다는 공약 못지않게 거버넌스(협치)적 리더십으로 시정을 이끌어가겠다고 한 공약도 중요하다. 물론,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잘못된 관행을 깨는 일이면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시민 모두가 피해를 볼 뿐 그래야 할 만한 명분도 없는 일을 강행하는 것은 고립을 자초하는 짓이다. 익산시가 수돗물에 대해 그동안 거짓말을 일삼아왔고, 광역상수도 공급이 유일한 대안이라면 시민들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익산시 집행부는 대의기관인 의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의회의 의견마저 묵살하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양태다. 도대체 협치적 마인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익산시가 내세우는 군색한 상수도공급체계 전환의 당위가 또 하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맺은 용수공급 계약 만료일이 2016년 7월인데 기간연장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그것이다. 전라북도가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한 만경강 유지용수 확보방안을 수립하고 있어 국토교통부가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도록 더 이상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단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아직까지 생활용수 사용허가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한 적이 없다. 또, 연간 33억원의 세수를 얻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계약연장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전라북도의 새만금 수질관리 정책인데, 익산시가 해야 할 일이란 바로 전라북도에 보다 효율적인 새만금 수질관리 대책을 제시하고, 도식적이며 편협한 정책을 개선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인 장애를 부각시켜 불안감을 조장하고 시민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것 역시 자기정체성 부재를 시인하는 꼴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다가는 힘든 일을 회피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신임 시장의 생각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무엇보다 비용부담 당사자인 시민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또, 익산시는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를 선택한 순간, 다른 출구가 없어 가격 협상력을 상실하게 된다. 협상 주도권이 익산시에 있을 때 시민적 피해를 최소화 한 상태(조건)에서 그 가부를 시민들에게 물어본 뒤에 먹는 물 공급체계 전환을 시행해도 늦지 않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