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철도공사가 본 궤도를 이탈했다. 호남과 서울을 한 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획기적인 육로 교통체계는 철도만이 실현할 수 있다고 선전했고, 거기에 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더니, 별안간 본래의 지표를 내팽개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오는 3월 말 KTX호남고속철도의 완전 개통을 앞두고 있다. 당초 오송역을 분기점으로 하는 호남고속철도 운영계획에 따르면 용산에서 익산까지의 목표 시간은 66분이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는 느닷없이 3월 말부터 증편 운행하는 편수 대부분이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것으로 수정된 KTX호남고속철도 운행계획(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것이다. 이로인해 직선구간에 놓여있던 분기역인 오송역은 본래 기능을 상실했고, 요철구간의 꼭짓점에 놓여있는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되는 KTX호남고속철도는 저속철도로 전락하게 됐다. 고속철 구간이 29km 늘어나지만, 서대전역을 기점으로 상행선인 오송역과 하행선인 익산역 사이의 곡선구간에서 감속해야 하는 고속철의 소요시간은 45분이나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는 KTX고속철도의 시험운행을 시작한 이래 호남선(용산~목포)과 전라선(용산~여수)을 62회 운행해 왔고, 3월 말 부터는 20회를 증편해 총 82회 운행할 계획이었는데, 증편하는 고속철 가운데 호남선 10회와 전라선 8회 등 18회를 서대전역을 경유하도록 한다는 게 한국철도공사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운행계획이다. 이는 KTX호남고속철도의 건설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고속철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고속철도 건설의 본래 의미가 퇴색된다면 한국철도공사는 여기에 들인 비용의 무용화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이기에 그 책임이 더 무겁다.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지역간 정치적인 역학에 의해 국가의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서대전역 경유 구상이 시간 절감과 교통편의성 측면에서 고속철도의 기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철도공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치 않을 수 없다. KTX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 방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만약 이런 부당한 계획을 계속 밀어붙이다가는 철도공사는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새정연은 계파에서 자유로워져야 산다 지난 한 주간은 일년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을 채비하는 발걸음들이 분주했다. 당 지도부 후보로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진들이 얼어붙은 익산 하늘에 입김을 뿜어냈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국가식품클러스터 현장에서 당의 이미지 활착을 위한 교감에 나섰다. 특히, 빈사상태에 놓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다가올 4·29 보궐선거와 내년 제20대 총선에 당의 명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분당설이 나돌고, 한지붕 여러가족을 꾸려가는 처지에서는 이번 당 지도부 구성에 환골탈태의 의지로 임하지 않고는 완전히 구심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앞선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심이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의 변화를 요구했고, 이번 전당대회를 반신반의하는 민심은 그 어느때보다 냉랭하다. 그런 맥락에서 당 대표에 출마한 문재인의 '호남의 지지에 안주한 새정연, 호남의 기득권이 된 새정연 그리고 계파갈등의 종식 없이는 필패'라는 상황인식은 유효하다. 박지원도 계파 청산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새정연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지표 아래 똘똘 뭉치는 것이야 말로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올 유일한 길임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새정연은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모여있으면서도 그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해 원심력만 작용하는 콩가루 정당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이나 박지원이 모두 특정계파의 거두들이라는 점에서 지역민들은 그들의 말이 과연 실천에 옮겨질 것인가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 말은 그들이 매번 경쟁을 치를 때마다 했던 것이고, 실재로 통합이 이루어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정연은 푸르는 재선의원인 이인영의 4대 위기론에 통렬한 아픔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흐려진 야당성의 위기, 제대로 된 공천을 하지 못하는 민주성의 위기, 새누리당과 별 차이가 없는 정체성의 위기, 마지막으로 이러한 것들을 다 정리할 수 없는 당의 리더십의 위기 등 말이다. 변화가 필요한 때다. 누구든지 안다. 그런데 세대교체 없이 그것이 가능할까. 계파와 무관한 새로운 리더십이 없이 변화를 이끌 수는 없다. 이 여기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망설이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