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철의 선거법위반을 심리한 관할 법원이 지난 30일 당선 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두건의 죄명은 허위사실 공표다. 하나는 자신이 당선될 목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을 낙선시킬 목적이었다. 이번 판결은 거짓말로 유권자들의 표를 가로챈 반칙행위에 대한 단죄다. 그렇다면 그 반칙에 의해 패배한 상대 후보는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 것인가. 지역사회는 안타까움에 목이 잠긴다. 현행 법률은 부정행위자를 처벌할 뿐, 그 직간접적인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할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있다. 인과응보라는 법의 정신이 선거법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손질되어야 할 법의 헛점이다. 그에 앞서 우리는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이 폭로하는 사실들을 검증할 장치를 먼저 갖춰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단 한 차례 제공되는 선거공보물을 제외하면, 주어진 13일동안 방송토론회 등에서의 말이 선거운동의 전부라 할 수 있는데, 시간에 쫓기는 방송 시스템은 상대 후보의 말에 대한 검증 과정을 생략한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조명된 6.4지방선거 익산시장 후보 방송토론회가 그 단적인 예다. 박경철 후보가 이한수 후보를 비리시장으로 낙인찍기 위해 자신이 확인하지도 않는 허위사실을 공표했지만, 시간을 안배해야 하는 사회자는 이한수 후보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한수 후보에게는 박경철 후보의 어처구니 없는 단정과 의혹제기에 "책임질 수 있느냐"는 등의 단발성 반응만 보이도록 허용되었으며, 박경철 후보의 폭주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토론회가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할 창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흑색비방과 날조의 창이되고, 피해를 입는 대상자는 이를 바로잡을 겨를도 없이 당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재판을 통해 뒤늦게 진실이 밝혀졌다고 해도, 피해 당사자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부당하게 빼앗긴 승리도 돌려받을 수 없다. 선거방송토론회의 방식을 수정해야 할 당위다. 상대후보를 비방한다거나 비판할 경우 그것이 확인된 사실인지, 혹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방송사가 사전에 검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조건에 불부합하면 토론내용에서 제외시키고, 후보자가 사전심의되지 않은 비방이나 비판을 임의로 하면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것도 검토해봄직 하다. 이런 장치는 막대한 보궐선거 비용이나 직간접적인 사회적비용의 지출을 막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도 나오지 않고, 재판과정이나 보궐선거 과정에서 야기되는 지역내 갈등과 반목으로 인한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 양산도 막을 수 있다. 수십년만에 무소속 시장을 뽑은 익산시민들은 '선거출마가 직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당선자를 반신반의 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바가 컸지만, 7개월이 흐른 뒤 비루한 꼴을 당하고 말았다. 재판결과 뿐만이 아니라 그의 좌충우돌과 전횡으로 지역공동체는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고, 비전제시는 커녕 난제들만 수북하게 쌓였다. 아마도 그는 수십년 지역의 변경생활에서 보다 지난 몇개월 동안 훨씬 더 많은 적을 만들었을 것이다. 포용해도 부족한 역량인데 자꾸 배제하는 정치에 함몰됐기 때문이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익산의 정치는 아득하게 퇴보했고, 정치와 시민 사이의 간극은 큰 폭으로 벌어졌다. 사실, 자질을 갖추고 익산시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있었다면 거짓말로 유권자들을 속여 승리를 훔치지 않았을 것이다. 법원의 결정이 있고 몇시간이 흐른 뒤 익산시 공무원노동조합이 박경철의 시장직 사퇴를 촉구한 것은, 이성적 사고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들을 거리낌없이 저지른데 대한 반발로 여겨진다. 재정위기를 부르짖으며 소모성예산은 증액하는 이중성을 비롯해, 무원칙한 예산 배분, 불통에 따른 불협화음, 주먹구구식 정책추진, 편가르고 줄세우는 인사, 오기와 편견의 정치 등 몸소 온갖 부정적인 행태의 백화점이 된 그였다. 유권자들이 보다 긴장하고, 면밀하게 후보자들을 살펴서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게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비롯한 재판과 1심 판결이 던져주는 가장 큰 교훈이 되는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