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익산시의 조직개편 추진이 인기영합주의의 소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산시는 두 가지 조직개편 방안을 내놨는데 그 내용을 보면, 알맹이가 없는 뜯어옮겨 붙이기 이거나 기능이 다른 업무를 억지로 끌어다 섞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단을 '식품농업국'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보면, 현재 농업기술센터에 농촌지원과와 기술보급과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부서는 신설되는 '식품농업국'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이다.

공연히 국 하나를 신설하면서 농업기술센터의 전문성을 분산시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기존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할 수 없던 일을 신설하는 '식품농업국'이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발견할 수가 없다.

게다가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단에 농업정책과와 농산유통과, 축산과를 합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단지 '식품농업국'이라는 이름이 필요했을 따름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발상이다.

환경녹지국을 '농림환경국'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청소와 위생이 주력 업무인 환경녹지국에 농업정책과와 농산유통과, 축산과를 합쳐 '농림환경국'을 만든다는 것인데, 왜 굳이 농업기술센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기능이 잘 섞이지 않는 비효율적인 국으로 개편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

특히, 농림환경국은 2011년 1월까지 익산시의 기구로 존재했었다. 그러나 전문성을 집중시켜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향성에 따라 청소와 위생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들을 모아 환경녹지국을 신설하고, 농산과와 축산과를 농기센터로 통합하면서 농림환경국은 기구에서 사라졌다.

더구나 익산시는 함열읍에 소재한 원광보건대 분교를 매입해 신설되는 국의 청사로 쓰겠다는 것인데, 해당 부지와 건물은 익산시가 16년 전에 44억원에 매각했었고, 익산시의 가상 감정평가에 의하면 재매입 예상가는 1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부지 주변지역의 공시지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별다른 지역발전 요인이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당초 매입가에 56억원을 더 주고 청사를 매입하는 것은 등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자치단체로서 고려 자체를 할 수 없는 예산낭비 대상인 것이다.

이 같은 부적절하고도 무모한 방안은 '북부권 농업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정헌율 시장의 공약 추진에서 비롯했다. 국 하나를 북부권에 설치하면 농업행정수도가 건설된다는 발상 자체가 조소를 부른다.

이 소동의 단초는 바로 '북부권 농업행정수도 건설'이다. 그 공약은 공공성부터 상실하고 있다. 그것은 '동부권'을 비롯한 남부권, 서부권을 소외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행정전문가' 이력을 유별나게 내세우는 정헌율 시장이 형평의 원칙에서 완전히 벗어난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이다.

농지 분포를 따져도 동·남·서부권은 북부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정헌율 시장은 누구보다 그런 익산을 잘 알고 있어야 할 익산의 아들이다. 그러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함열읍을 위시한 북부권 민심을 얻기 위해 급조한 졸속 공약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현실성도 없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위험한 공약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진정으로 익산의 농업과 북부권을 걱정한다면 실질적이며, 실현 가능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내용이 다를 바 없는 국 하나를 신설해서 함열에 소재케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진다는 말인가.

농정국 신설과 함열읍 청사부지 매입은 시대착오적이며,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사는 익산시민들에게 불편을 강요할 따름인 백해무익한 공약 추진이다. 자칫 직전의 행정 문외한 시장보다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