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해 지난 2010년 7월 축사 매입 등 왕궁축산단지 환경개선사업을 발표한 이래 수년 동안, 왕궁 정착농원내 한센인 축산농가의 돼지 사육두수가 오히려 늘어난 가장 큰 이유가 국내 굴지의 육가공업체들의 위탁 사육때문이다.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왕궁단지의 돼지 사육두수를 줄이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320억원을 투입해 현업축사와 휴·폐업축사를 매입해 왔다. 하지만 효과는 극미했다.

왕궁단지내 일반 축산농가의 돼지 사육두수는 지난 6월 현재 9만5,754두에서 7만3,982두로 23%가량 줄어든 반면, 한센인 축산농가의 돼지 사육두수는 1만8,209두에서 3만4,084두로 87%나 늘어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왕궁단지의 돼지 사육두수 총량은 6.2%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의 배경은 익산시에서 왕궁축산단지 농가에 폐수처리 비용과 운반비용을 60%나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궁단지 농가들은 이를 틈타 가축 사육두수를 더 많이 늘리기 위해 축사시설을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개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익산시의 왕궁단지 일제 점검 결과에 따르면 11곳의 농장이 5,200평방미터나 불법 증·개축했다.

육가공 기업들은 왕궁단지 41개 농가에 4만여마리를 위탁 사육하고 있다. 왕궁 정착농원의 159개 축산농가의 25%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익산시는 적발된 불법 축사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직당국에 고발조치하고 있지만, 원상복구한 농가는 단 한 곳도 없다. 현행법상 불법 건축물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1년에 한 번 밖에 할 수 없는데, 농가들이 200~700만원의 과태료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익산시는 뒤늦게 역효과를 불러 온, 대형농가들에 대한 축산농가 지원금을 전면중단하고 왕궁축산분뇨공공처리장으로 축산분뇨를 반입하는 것도 전면 금지할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복병은 여전하다. 축사들을 정부나 자치단체가 매입하지 않는 한, 다른 지역과 똑같은 사육조건이라면 육가공기업들이 이면 계약을 통해 축사들을 고가에 매각할 희망을 안고 계속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육가공기업들의 도덕적 양식이 유일한 현실적 해법이다. 또한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왕궁단지 전부를 하루빨리 매입하는 것이다. 

부끄러운 익산시의 ‘조례’ 현주소

지방자치제 실시 된지 23년째를 맞고 있다. 자기 지역의 대표를 직접 선출, 자치단체의 집행부를 대의기관인 의회가 감시하고 견제토록 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조가 뼈대를 갖췄다.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권력을 분산시켜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지방자치제의 본래 취지는 온데 간데 없다.

여전히 미흡한 재정분권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익산시 같은 경우는 70%이상 중앙재정의 분배에 의존하면서 주체적인 사고가 퇴화 했다.

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하지만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성장정책을 쫓아가는데 급급하며, 자치단체는 국정지표에 발맞추는 중앙정부의 하위 기관에 불과하다.

지방분권은 재정의 독립이나 권력의 분점을 추구하는데, 그것은 지역의 특질을 살려 주체적인 차별화를 도모하는데 필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자치단체의 정책이 다른 자치단체에 영향을 미치고, 중앙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때 지방분권이 실현됐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일 수 있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재정의 독립이나 권력의 분점을 획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것이야 말로 지방분권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정학적인 정치, 환경, 역사, 생활 등의 담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구축 할 때 재정의 독립과 권력의 분점은 저절로 구가 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자치단체의 주체적인 행보의 동력이 바로 '조례'다. 가장 지역적인 참신한 조례를 제정하고 실천하는 것, 또는 익산시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하고 그 방향성을 제시 할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지방분권의 참 모습이다.

익산시와 익산시의회의 맹성이 촉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