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위해 전라북도에 지구지정 승인을 요청했다.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 터미널을 KTX익산역사와 연접한 곳에 설치하고, 공공시설과 상업시설을 집합시켜 명실상부한 교통·물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익산역사는 기존 군산항의 환황해권 물동량을 수용할 육로와 철도 수송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동안 익산시에 떠넘겨지면서 난항을 겪던 중앙지하차도 건설이 일부 국비지원 결정으로 재개되면서 지역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오르고 있다.

지난해 군산항 물동량은 6만1천989TEU로 전년 같은 기간 5만932TEU 보다 21% 늘었고 4년 전의 2만7천782TEU에 비해서는 배 이상 급증했다. 또 최근에는 일본-부산-군산-인천-중국 다롄을 잇는 항로가 개설되면서 연평균 최고 1만5천TEU의 물동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다롄항은 북중국 주요 항만으로 연간 8백만TEU를 처리하는 중국 내 화물 처리량 8위의 대형 항만이며, 배후에 위치한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수출 교두보로 도내 식품업체의 주요 수입처이기도 해 도내 중소기업체의 물류비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보상단계에 있는 왕궁의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새만금 내부개발이 완료되면 대중국 교역 물동량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익산은 이같은 변화의 물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익산역사와 동서를 관통하는 화물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한 외국 바이어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종사자 등을 유인할 상업환경이 열악하고, 대단위 주차장 등 편익시설 및 숙박시설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지정학적으로 주변지역의 물류중심 복합도시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집객여건을 구비하지 못해 한낱 경유지로 전락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이는 주변 중소도시의 경제인구도 유인하지 못해 막대한 비용을 들인 물류수송 체계가 가치를 상실할 공산이 크다.

복합환승센터를 익산시 역세권 개발과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로 기대했던 이유다. 그러나 기존 상인들은 민간투자자들이 복합환승센터에 유치하려고 하는 백화점 입점을 기존 상권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가로막고 있다.

현대엠코와 한국자산신탁 등 우선협상자로 지정된 민간투자자 기관들은 복합환승센터 건립계획에서 판매시설을 뺄 경우 투자수익이 배제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손실을 안게 되는 것이어서 사업을 추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익산시가 이같은 우선 협상대상기관을 선정하고도 3년째 공전하다가 이제야 행정절차에 들어간 배경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복합환승센터 요건 구비에 돌입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의 핵심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는 상인들의 근시안적인 시야를 확장하는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또한 복합환승센터와 기존 상권이 공존할 특단의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승환 교육감은 후퇴하는 진보인가

전라북도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은 취임 당시부터 진보의 가치를 내세우며 뚜렷한 행보를 이어왔다. 교육부와의 잦은 마찰과 소송 싸움으로 점철된 그간의 전북교육도 그가 가치로 삼는 ‘명분’이 현실과의 괴리를 채워 주었기에 여태껏 올곧은 자세를 굽히지 않고 버텨온 셈이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학교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그간의 자세와 사뭇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교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뜻은 김 교육감의 오랜 입장이다. 그런데 뭔가 큰 오해가 있었나 보다.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김 교육감의 뜻이 모든 직원의 정규직화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전부 ‘몰아내’, 원천적으로 비정규직 숫자를 없애는 방식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일선 학교의 상담활동 공백도 무시한 채 단순히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116명의 상담교사를 일방적으로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일처리다. 일선 학교에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위클래스 이용 공백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상담사의 보호를 받던 아이들까지 내팽개쳤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시위에 나선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담받을 권리’를 보호해 달라고 갈라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헌법학자인 김 교육감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 학생들보다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는 올곧은 생각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