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협 이사장 직무대행체제가 수상하다. 내년 2월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이미 사퇴한 이사장과 모 간부직원을 무리한 밀어붙이기로 정직과 면직 조치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이사장 직무대행도 출마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만약 전 이사장이 중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제한에 걸릴 경우, 이사장 직무대행이 단독으로 출마하는 구도가 성립하고 이사장 직무대행이 그대로 무투표 당선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사안을 들여다보면, 징계를 요구한 감사나 최고 양정인 ‘면직’을 의결한 이사회는 원천무효 행위를 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징계사유는 부실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면서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담당 간부직원이 감사 과정에서 신협중앙회에 유권해석을 질의한 결과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체결하고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업무는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이사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징계사유 또한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감사와 이사회는 이러한 소명 관계를 무시했다. 담당 간부직원은 감사과정과 이사회에 징계안건이 상정됐을 때 중앙회의 유권해석을 거듭 진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감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 중앙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노력을 했다면 감사는 마땅히 동기를 잃고 중단됐을 것이다. 하지만 3인의 감사 중 2인은 ‘면직’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을 낸 반면, 감사 1인이 단독으로 여러 내부규정을 위반했다며 최고 양정인 ‘면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담당 간부직원은 징계사항을 심리하는 이사회에 출석해 중앙회에서 보내온 유권해석, 즉 국민행복기금에 부실채권 매각 업무는 이사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을 받지 않았다는 사유로 면직에 해당하는 징계는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 공문을 제출했다. 또한 익산 지역의 11개 신협 중 대부분의 조합과 대한민국의 다른 금융기관 대부분 역시 현재 그러한 유권해석에 따랐다는 사실 관계도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 같은 소명을 묵살하고 징계요구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사회 토론 내용은 엉뚱하게 ‘이사회 의결사항 위반’이 아닌 ‘허위보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사람이 평생을 일해 온 직업을 떠나게 할 수도 있는 이사회의 토론은 지극히 신중하지 않았다.

특히, 문제시 된 허위보고도 ‘매각’ 절차를 진행하며 ‘협약’ 진행 중이라고 표현한 점에 지나지 않는다. 담당 간부는 협약대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을 뿐 실제 모든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한 것이다. 더구나 이사회가 문제시 한 직후 진행 업무를 중단시켜 실제 전산이나 관련 업무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각 됐다’고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여튼 소위 ‘허위보고’ 문제가 법적인 시비나 징계 대상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가 무리한 징계의결을 했다는 점은 따로 드러난다.

징계를 위한 이사회의 토론이 ‘이사회 의결사항 위반’이 아닌 ‘허위보고’를 다루고 있는 이상 허위보고에 대한 징계 양정을 의결해야 마땅하다. 허위보고는 경징계 대상에 속한다. 그런데 이사회는 ‘허위보고’에 대해 토론하고 ‘이사회 의결사항 위반’의 징계양정 가운데 최대인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 목적을 가리킨다. 만약 이 같은 징계를 공모한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사실과 법정에서 패소 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억지스럽게 징계를 밀어붙여 면직을 관철시켰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들은 전 이사장과 담당 간부가 민사재판과 고용노동부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선거가 끝날 것이라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판결의 실익을 얻지 못하는 반면, 가해자들은 모든 것을 얻게 되는 모순된 와류를 십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 쉽게 떠오른다.

게다가 이사장 직무대행 등은 정직당한 전 이사장이 신협법에 따라 피선거권을 상실했다는 점을 기정사실화 하는데 급급하다. 신협중앙회 측 공문에 따르면 자체감사로 정직 처분된 전 이사장의 경우는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이 있음에도 그러한 사실은 보려하지 않는다.

이사장 직무대행 등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내년 선거의 선거관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꾸리는 까닭에, 이사장 직무대행과 이사회가 한통속이라면, 선관위가 신협중앙회의 유권해석을 묵살하고 전 이사장의 입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담당 간부는 법원에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어쩌면 불의하고 무도한 무리들은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목적을 달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을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인가. 어둠이 백주 대낮을 집어삼키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부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조합원들이다. 당장 이 모든 폭거를 중단시키고 시비가 가려진 후에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