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학원 이사회가 그동안 침체일로를 걸어 온 익산한방병원을 의과대학병원에 재편, 경쟁력을 높이기로 결정해 법인측과 한방병원 및 한의과대학간 분쟁이 촉발됐다.

이사회의 결정은 경영난에 따른 자구책 모색과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당위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공감이 가는 바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익산한방병원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5년 전에 실시한 컨설팅 결과에 따라 구성원들이 임금체불 같은 각고의 고통을 견뎌내고 병원 운영 개선을 통해 지난해에는 당기 순이익을 발생시키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선 석연치않은 결정으로 보인다.

나아가 직원들은, 매출 저하시 인금 삭감을 감수하겠다고까지 서약한 마당이다. 그러나 원광학원측은 익산한방병원과 한의과대학 등 구성들로부터 최소한의 의견도 듣지 않고 느닷없이 법인의 익산한방병원 폐원 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이같은 원광학원의 행태는 익산시민들과 원광대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불이익을 강요하고, 익산한방병원 직원들을 고용불안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더구나 원광학원은 양방과 한방의 협진 시스템을 국내 최고의 통합의학병원 모델을 구축하는 혁신적 방안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이 익산시민들이 높아진 의료비용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못된다. 또 원광대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전주나 광주의 한방병원에서 실습을 받아야 할 이유도 못된다.

당장, 그런 시스템이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또한 원광학원이 제시하는 미국 등 서양의 통합의학이란, 침술 같은 한의학의 단편을 서양의술에 접목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러한 체계는 통·폐합 없이도 얼마든지 구축 가능하며, 온전한 통합의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단계적인 시도들이 필요하다.

원광학원은 결국 실체가 없는 비전을 제시하며 익산한방병원 종사자들에게 사실상 구조조정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방병원 관련 전문가나 실무자의 충분한 검토나 검증을 거치지 않은 폐단이다.

무엇보다 의과대학과 한방병원 통·폐합을 결정하기 위해 방학기간 중에 긴급이사회를 소집한 것은 어떤 측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것은 한방병원의 개선의지와 실천을 좌절시키고 익산시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며 학생들의 기본적인 교육권을 유린하기 위한 의사결정 방법으로는 지극히 부적절한 행태다.

특히, 익산한방병원은 36년의 역사를 지녔다. 매년 7만여명의 시민들이 진료를 받는 등 그 위상은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이대로 한방병원이 폐원될 경우 표면적으로 대두되는 사안들 말고도,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크다.

원광학원이 단순경영논리로 내세운 '병원부문이 계열별 미래비전을 위한 사업구조 최적화'가 통·폐합의 구실이 아니라, 한방병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의 당위로 전환되기를 익산시민들은 바란다.

원광학원은 내부 구성원 간의 충분한 방안 모색을 통해 대두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재출발하는 지역대학이 되기를 바란다.

약속 불이행 전방에 토지 대금 선납 받아라

토지 분양대금 221억원 가운데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익산 일반산단에 입주한 전방이 당초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게 됐다. 기업의 도덕성과 익산시의 무책임한 행태가 평가의 대상이 됐다.

전방은 당초 5만4천평의 부지에 총 2천30억원을 투자해 1천2백명의 고용을 창출키로 익산시와 협약을 맺었다. 이를 전제로 전방은 토지 대금 221억원을 일절 납부하지 않았다. 전방은 어차피 대규모 투자기업에 대한 전라북도와 익산시의 특별지원금을 받아야 되는데, 투자가 완료되면 이 특별지원금으로 토지 대금을 대체·전환하기로 특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방은 지난 2011년 3월에 입주한 전방은 분양받은 토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만4천평에 1천1백원을 투자해 방적시설을 갖추고 460명을 고용한 뒤 더이상의 투자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지 공장에서는 향후 투자계획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전방 본사에서는 이사회가 투자를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 발을 빼고 있다.

이는 익산시가 감수한 투지 대금 이자손실과 특혜 제공이 무위에 그치는 결과다. 익산시가 법을 핑게로 강력하게 약속이행을 촉구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경우 익산시는 전방으로부터 토지대금을 선납 받고, 사업이 완료되면 특별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 또한, 입주계약 이후 3년 이내에 특별지원금을 신청하도록 되어있는 전라북도 조례를 준용하더라도 전방의 투자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기 투자금에 대해서 특별지원금을 산정하면 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특별지원금 신청을 미루는 것 역시 특혜에 다름아니다. 지금이라도, 투자유치심의위원회에 이 사안을 상정해 투명한 기업유치 활동의 원칙을 바로세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