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또는 전라북도 식품가공기업을 대표하는 하림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최근, 중소상인들의 영역인 계란 유통업에 진출하려다 중소상인들과 충돌한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농업진흥지역내의 우량농지를 무단으로 형질변경해 입길에 올랐다.

허가관청인 익산시는 또 하림의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으로 대응해 지역에서 성역화된 하림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대기업이 소재지 관할관청을 오랫동안 관리해 온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낳고 있다.

익산시 담당 공무원이 하림의 불법 사실을 인지하고도, 하림 측에 무슨 용도냐고 물어봤더니 경작용이라고 대답하더라는 식으로 방치한 구실을 댔다. 하림은 또 이른바 절대농지를 무단으로 변경하면서도,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황당한 변설을 늘어놓았다.

논에 성토를 했는데 하림 측이 경작용이라고 말한 것을 그대로 믿었다는 담당 공무원은 익산시 공무원들의 복무태도가 어떤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하림은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 해당 부지에 공장을 짓겠다며 익산시에 공장증설 허가를 신청했고 지난 1월에는 농지 형질변경허가 신청을 낸 상황이었다.

하림은 해당부지에 공장을 증설할 의도를 분명히 했고, 담당 공무원은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현장에 나갔다. 하지만 하림이 이미 2만3,400평방미터의 농지에 2m 가량의 흙을 쌓아 원형을 훼손해 놓았는데도, 하림이 '그것은 공장증설 목적이 아니라 농지개량 목적'이라고 한 말을 담당 공무원이 그대로 믿고 방치했다는 것이다.

법은 특정 목적의 질서를 준수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불법 행위를 가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익산시는 당장 농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원상복구가 완결된 후에 형질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혼란에 빠진 기초선거 구도, 책임지고 수습할 주체 절실

지난 2일 민주당과 안철수 새정치연합의 통합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안철수 쪽은 새정치를 함께 실현할 인물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한편 신당 창당이 늦어지는 바람에 점차 세력이 꺾이는 안풍을 체감하는 처지였고, 민주당은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질질 끌려가면서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마당이었다.

안철수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통합 결정은 그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통합작업은 곧바로 착수됐고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새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가 국민들의 신망을 잃고 있는 민주당행을 선택한 것은 악평꺼리를 찾고 있는 다른 진영의 먹이감이 됐고 그대로 감수해야만 한다.

이번 행보는 안철수의 마지막 승부처가 됐다. 어떻게 해서든지 민주당을 개혁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해야 하고, 향후 대선 주자로 나설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실패할 경우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아성을 잠식해 들어오는 적을 전향시킨 입장이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될지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현재로선 국민들은 갈망하던 새정치를 잃었다. 무엇보다 안철수의 부박한 정치적 역량에 상실감이 더욱 크다. 그의 돌발 선택으로 인해 새정치연합 쪽에서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예정인 기초단체 예비후보들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안철수의 무공천 선언 이후 터진 사태다.

애초부터 안철수의 이름값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기위해 모여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공들인 것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익산시장 후보로 나선 새정치연합쪽 인물들은 무려 5명이나 된다. 난립하는 후보 가운데 대표를 추려 본선에 내보내는 정당의 책무를 내 팽개친 마당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지역사회는 여러갈래로 분열될 운명에 놓였다.

최소한 이번 선거는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선거 구도가 기존 정치를 상대해야 할 난립 후보들이 자기 진영의 표를 나눠먹어 새정치를 지향하는 표의 가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안개 정국에서 기존정치에 대항하기 위해선 후보들이 스스로 본선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어떤 후보든지 그동안 혼신을 다해온 터라 지역정가에선 그것을 불가능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의 역설은 누구든지 신예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혼란을 수습하는 사람이라면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통합신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정치 신인들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을지가 6.4지방선의 새로운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정당과 후보들의 책임있는 정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