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본선에 접어들기도 전에 익산 정치의 후진성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무공천 방침을 천명하고, 민주당과 안철수 연대의 통합 작업이 전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안철수 연대 쪽 5명의 익산시장 예비후보들 가운데 4명이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 그 표본이다.

이들은 조만간 같은 당 소속이 될 이한수 시장에 대한 심판론을 단일화 이유로 내세우며 그것이 시민들의 명령을 담보한 것으로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안철수 의원이 결행한 무공천 약속 이행 정신이 부정될 수 없는 국면이다. 또 거기에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 가운데 누가 단일화를 명령하겠는가.

시민들의 뜻을 도용해 정치적 야합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 넘기는 것은 구태정치의 표본일 뿐만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에 다름아니다. 또, 현역 시장이 초래한 재정위기와 그의 무능을 심판하겠다는 정치 주체들이, 단일화 아니고서는 현역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근원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자신들의 역량과 자질 부족을 자인하며 한계를 드러내는 무력감에서 비롯한다. 도대체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고작 이정도였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통합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대결구도를 조성하는 것은 항명이며 당을 해치는 행위인데, 안철수의 그림자 정치에 매몰될 수 있는 후안무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가.

'이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한다'는 정치적 사고는 대한민국이 수십년 동안 근절 대상으로 삼았던 불행의 나무다. 오늘 익산에 등장한 새 정치의 정체는 바로 어두운 역사가 배태한 사생아의 비루한 꼴인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야합이 불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안철수 연대 쪽 전북도지사 후보 강봉균을 위시한 일단의 무리들이 거듭 보여 온 통합을 부정하는 작태들의 연장선상에서 돌출됐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다행인 것은 안철수 연대 쪽에서 출마한 가장 나이 어린 익산시장 예비후보 가운데 박종열 의원이 이같은 야합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또, 박종열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4명의 후보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금언으로 빛난다.

"공약과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받기보다 먼저 단일화를 논의한다는 것은 익산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골적인 승리를 위한 것이다. 민주당과 선을 긋고 안철수 의원의 세력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행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없으면 조용히 물러나서 제대로 된 선수들끼리 축제를 벌이도록 비켜서는 것이 다음을 기약하는 방법이다.    

성범죄자 고용 보조금지원 사업장 응분의 처벌을

소치 올림픽이 국민들의 열광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체적인 성적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연아나 이상화 같은 빙판의 스타들은 국민들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어김없이 부산 효과를 낳는다. 빙판의 여신이나 빙속의 여제를 꿈꾸는 스케이트 꿈나무들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익산에는 그들을 품고 키울 제대로 된 아이스링크장 하나가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개장되고 있는 아이스링크는 시설이 열악한 데다 사업주의 횡포와 불친절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익산시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이 곳 아이스링크장의 스케이트교실에 성범죄자가 강사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초등학생 대상 강사와 정빙 담당직원이 모두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업주와 익산시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성범죄 경력 확인' 의무를 등한시해 꿈나무들이 성범죄 현장에 노출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익산시는 이같은 사실을 민원인의 제보를 받고서야 알게 되고 뒤늦게 조치해 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번 사건으로 꿈나무를 뒷바라지 하려던 학부모들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익산시가 지난해 이 아이스링크장에 지원한 1,800만원이 문제의 강사들에게 지급됐다는 점에서 익산시는 '성범죄를 지원하는 자치단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사안이 이렇게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고, 담당공무원을 징벌하지 않는 등 솜방방이 처분에 그친 것은 '성범죄 근절'이라는 지상명령과 크게 배치된다.

이제라도 관리감독자의 책임과 사업주의 의무를 바로세우기 위한 응분의 처벌을 단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