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에 온 나라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구조작업을 시작한 당일을 제외하곤 단 한명의 생환자도 나오지 않으면서 안타까움은 분노로 번졌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무기력한 첨단 과학과 사태를 이지경에 빠뜨린 원인들을 목도하면서, 인정하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의 불길이다.

수 일 동안 구조대원들은 가라앉은 배 안으로 진입조차 못했다. 격랑과 급류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배 안의 생존자들을 시사하는 스마트폰의 괴문자 설이 나돌아 다급해진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은 애를 끓인 끝에 감당이 안 되는 피로감에 짓눌리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선수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있던 세월호는 그나마 우리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믿을 수 없는 참화는 어떻게 벌어진 것인가. 선박의 급선회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데, 당시 3등 항해사가 조타를 지휘했고 선장을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선장이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고, 배가 기울기 전에 나타나 승객들에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통제하던 선장은 가장 먼저 구명정을 타고 가장 먼저 침몰 중이던 배에서 탈출했다. 그 구명정에는 기관장을 비롯한 승무원 9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총 24명이던 승무원 가운데 33%에 해당되는 숫자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선장과 기관사는 보통 초기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고 배를 최후까지 지키는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이 길을 잃었다. 탑승객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여 승무원에 비추어도 치욕적인 일이다. 더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승객들의 안전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그 책무를 저버린 것은 살인행위와 다르지 않다.

더구나 유사시 바다 위에서 펼쳐지도록 되어있는 정원 25명의 구명정은 세월호에 46척이나 있었지만, 45척은 쇠사슬에 묶여 무용지물 상태였다. 선장과 탈출한 승무원들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선실로 들어가 움직이지 마라"는 그릇된 안내 방송에 승객들의 발이 묶여있을 때 그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요하지 않는 승객들 덕에 선장 일행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가볍게 여기고 흘린 시간은 저승사자에게 넘어갔다. 구조대는 며칠 째 둥둥 뜨는 시신만 건졌을 뿐이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재난 대책기관의 어느 누구도 기울고 있는 배 안으로 구명 조끼를 던져주지 않았다.

일단 배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사람이나 화물 혹은 물건 등과 함께 쌓여 압사하고, 범람하는 바닷물에 곧장 수장될 것이 뻔한데도 승객들을 선박 안에서 일단 빠져나오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안이한 현장대처였다. 게다가 보고체계도 엉망이었다.

구조활동이 진행된 당일 중앙정부는 승객 모두가 구조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해양경찰청을 관할하고 해난사고 전문가가 많은 해수부와 재난관리 주무부서인 안행부의 임무와 역할이 정리가 안돼 혼선을 빚은 탓이다. 이같은 지휘체계 혼선은 터무니없는 낙관 기류를 만들어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가로막았다.

배가 완전히 전복된 뒤에야 구조선박과 헬기등 구조장비를 2배로 늘렸다. 뒤늦게 투입된 헬기 31대와 선박 60척 등은 배가 가라앉은 바다 위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여객선이 전복되기 직전까지 배 안에 머물렀을 상당 수의 승객들은, 잠수훈련을 받은 해경특공대를 투입했다면 선체 내부에서 얼마든지 구조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정부가 구조대원들까지 재난 상황으로 몰아넣은 꼴이 되었다. 대원들이 며칠 째 탐색줄조차 배안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선체 내부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피해가족들을 길길이 뛰게 한 원인이다.

앞으로 수학여행을 가지 않으면 되는 것인가. 가더라도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비행기에 몸을 맡기면 된다는 것인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재난을 당했을 때 어떤 통제도 듣지 않고 독자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면서 재난보다 인간이 더 위험해져야 하는가. 정부는 국민들의 분노가 절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이 모든 성찰을 대신하며 피해자들의 무사귀환과 숨진 이들의 영면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