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13일간의 6.4지방선거 본선레이스에 돌입했다. 하지만 선거는 좀처럼 축제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수도권 유권자들에 견주어 보면, 지역 유권자들의 정서는 침울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다. 익산지역은 새정연의 전통적인 텃밭이고, 새정연에서 공천 받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자아내는 분위기다. 새정연의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 6.4지방선거도 종료됐다는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에 선거정국은 건조 일로를 보이고 있다. 예비후보들이 경선에 목을 맸던 이유다. 익산시장 선거를 국한하여 보자. 정치 철새들은 경선을 앞두고 단시간에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자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유포하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누가 보아도 자기에게 유리한 질문으로 원하는 조사 결과를 유도했다. 그것은 대략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 우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조사를 실시하는 예비후보의 이름과 경력을 반복적으로 홍보한다는 목적이 다분했다. 다른 하나는, 여론조사 의도에 현혹된 유권자들의 선택 수를 높이고 그것을 지지율로 단정하여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등장한 이후 정가의 최대 이슈는 ‘새정치’였고, 안철수 대역을 자임하는 특정 예비후보는 그런 부적절한 방식으로 ‘새정치’ 바람몰이를 꾀했다. 이같은 불공정한 행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수 개월 전부터 횡행했다. 고소고발을 불렀고, 타 예비후보들이 이를 익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그러나 익산선관위는 문제의 행태들을 대부분 묵인했다. 뿐만 아니라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와 흑색비방에 대해서 과도하게 관대했다. 상식적인 시선에 불공정하다고 포착되는 사안들과 불법으로 판단되는 사안들을 처벌하지 않고 방임했다. 익산선관위의 대답은 단호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들끓던 예비후보들은 어느 시점부터 점차 새로운 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모호한 불법선거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너도나도 특정 후보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었다. 자신이 왜 출마해야만 했고,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하는 대신 가장 유력한 후보를 제거하고 군소후보들끼리 한 판 붙어보자는 심산이 노골화됐다. 전라북도당의 경선결과 발표를 앞두고 H씨가 이춘석 새정연 전북도당위원장을 위시한 몇몇의 익산 갑·을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을 폭로형식을 빌어 공표한 것은 그 선거부정의 결정판이었다. 특히, H씨가 배포한 문건은 이한수 예비후보를 비롯한 특정 도의원 및 시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전날 4명의 익산시장 예비후보들은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이한수 예비후보를 공천에서 제외하라”고 중앙당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었다. 4명의 후보들은 또, H씨가 허위사실을 공표한 직후 중앙당을 방문해 이한수 예비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행태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를 지향한다.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진흙탕 싸움이 판을 친다. 이춘석 위원장은 H씨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즉각 고소했지만, 당시 배포된 비방 유인물은 지금도 복제되어 익산지역 곳곳에 뿌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익산선관위 담당 책임자는 “이번 선거의 후보들이 법에 저촉되더라도 악의성이 없으면 처벌하지 마라는 중앙선관위의 지침이 있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나 흑색비방은 어떤 형태이든 상대를 흠집내어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악의적인 목적에서 비롯한다. 악의성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법은 엄격하게 적용되고 냉정하게 집행돼야 한다. 법의 가장 큰 존재 이유가 예방적 효과에 있기 때문이다. 익산선관위는 ‘악의성’이라는 주관적 판단기준으로 법 집행에 요구되는 객관적 잣대를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앙선관위의 지침은 익산선관위의 직무유기 구실이 됐다. 6.4지방선거 본선 초입에서 선관위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물어보는 이유다.
지금부터라도 비정상의 직무행태를 일신하여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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