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철 당선인의 공약이 속속 폐기처분되고 있다. 법률적 무지에서 비롯되었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공약 발굴을 위해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 인기영합주의에 경도된 공약 제시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 등의 시민경시관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소각장 철거' 공약은 비용의 문제와 공익 침해 문제에 부딪혀 좌절됐다. 소각장을 폐기하고 쓰레기 처리를 매립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매립장 조성비가 1천억원 이상 소요된다. 또 소각장을 폐기하면 폐열을 이용한 복지 혜택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된다. 주변 공동주택의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난방 스팀이 끊기고, 소각장에 부속된 수영장을 찾는 연간 80만명의 시민들이 누리던 문화혜택이 박탈된다. 박 당선자는 8년 전 소각장건설반대공동대책위의 공동대표였다. 또한 8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소각장으로 말미암은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와 주변지역 환경피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소각장 철거 공약을 내세웠을 때 주민들이 그 공약에 대해 신뢰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지난 8년 동안 최소한의 철거 대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파격적인 공약으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었는데 책임은 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그의 관심은 소각장 안전성 문제로 국한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박경철 당선인의 대중교통 종사자에 대한 특별지원 공약은 관련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행 대상에서 삭제됐다. 그는 선거 공보물에 택시를 비롯한 버스, 용달, 퀵서비스, 배달3륜차, 대리운전 등의 종사자에 대한 특별지원 공약을 내걸었으나, 택시와 버스, 용달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화물운수사업법 및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련법은 소위 대중교통 지원근거인데, 대리운전을 비롯한 퀵서비스, 배달3륜차 등은 대중교통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최소한 관련법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대중교통 종사자 특별지원' 공약을 내건 것이다. 애초에 법만 살폈더라도 공약 명칭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도 없는 시민 현혹용 공약에 불과했다는 내용을 드러낸다. 달리 말하면 그의 이런 공약들은 표심을 잡기 위한 덧에 불과했던 것이다. 파격적인 공약에 기대를 걸고 박 당선인을 지지했던 열악한 환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억울하고 허탈하다. "당선되고 나서 법이 없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시민들을 속여 표를 얻은 전형 아니냐"는 그들의 항변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박 당선인은 취임 하루를 앞둔 오늘 자신의 교활함과 미숙함에 대해 자성하고, 침몰하는 공약과 관련하여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태도와 용서를 구하지 않는 태도는 불안과 불신을 초래한다. 신뢰받지 못하는 당선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시민들은 그를 외면할 것이고, 공무원들은 당선인이 아무리 잡아도 빠져나가는 모래알과 같게 될 것이다. 당장 시민들을 기만하여 표를 얻은 것에 대해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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