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교재로 선정한 1,794 곳의 학교 모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교학사 구하기에 나선 교육부와 그 눈치를 보는 일부 고등학교 들 때문에 다소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독재를 미화하고 친일·식민지근대화론의 관정을 담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촉박한 교과서 채택 일정으로 인해 학운위를 소집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 교과서를 선정하지 못한 학교가 47곳에 이른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서 교육부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교재로 선정했다가 철회하거나 철회 과정을 밟고 있는 고교 20곳을 대상으로 전격 특별조사를 벌이더니, 일부 시민이나 교직단체 등의 외압이 일부 학교가 "교과서 선정을 번복하는데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외압'을 행사했다.

교육부의 독단과 전횡은 지난해 8월 30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이후 부터 노골화됐다. 역사학회 등이 이 교과서의 숱한 오류를 지적하자, 교육부는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며 수정·보완 권고→수정명령→최종승인→자체수정→최종승인 등의 과정을 거치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위한 선봉대 노릇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다른 출판사 교과서의 소제목을 문제삼으며 교학사만이 오류투성이가 아니라는 식의 물타기를 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무수한 오류수정에도 불구하고 오류는 계속해서 발견됐고, 교육부가 무결점 교과서라며 최종승인을 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무려 652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이런 과정을 돌아보면, 교육부는 문제가 무엇이고 왜 교학사의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선정되지 않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옳다. 그런데 직원을 40명이나 급파해서 특별조사를 벌이겠다는 발상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있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특별조사 단초에서부터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들이 결정을 철회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이유다.

그렇다면, 일부 학교에서 드러난 학교장이나 재단 이사장 등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외압 문제도 조사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 동문 등의 항의로 학교들이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철회한 것을 두고, 유독 시민·교직단체의 항의를 강조하며 '외압'이라고 지칭하는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공격적으로 방어하는 일본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한국 침략사를 미화한 후소사 교과서가 일본에서 검정을 통과한 2001년 한국 정부는 이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였고, 일본 정부는 이를 한국 정부의 외압이라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한국의 시민단체가 반대시위를 한다면 그것을 압력이라고 말 할 것인가. 입장에 따라 매도하기를 서슴지 않는 이중 잣대로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가를 묻고 싶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의 압력이나 학운위 파행 운영 등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사실이 있고, 채택 과정에서 양심선언 등 잡음이 일었었는데, 교육부는 당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오히려 최초 선정과정에 또다른 부담을 준다"며 고개를 외로 틀은 바도 있다.

그런데, 상산고가 가장 나중에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지난 7일을 전후해 정치권에서 국정 교과서 체제로의 원상복귀 주장이 이는 가운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과거 국정교과서 시절에 운영하던 편수조직을 부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국민들을 또 한번 경악케하고 있다.

교육과정 체계와 교과서 편성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교육부 내에 편수 전담 조직을 두고 한국사 뿐만 아니라 전체 교과서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편수조직 부활은 사실상 국정 교과서 체제로의 회귀다. 이것은 현 체제로는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학교에 공급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생각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게 한다.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가 그렇게 절박하게 필요한가. 그 이유를 먼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