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현재 금마면을 중심으로 백제의 옛 고도(古都)의 모습을 복원해 익산시의 정체성을 찾고 역사문화유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업은 금마관아 복원, 옥룡천 물길 회복, 한옥으로 된 주민센터 건립, 역사문화복합센터 건축 등 17개 사업이다. 중요도를 정해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민간투자를 합쳐 3천5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사업추진에 앞서 익산시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익산이 정부로부터 경주 부여 공주와 함께 고도(古都)로 지정된 것은 왕궁과 왕릉, 사찰, 궁성(宮城)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익산시가 현재 주요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금마도토성 발굴 및 정비뿐이다.

우선 금마 관아를 복원하고 그 주변 지역을 개발해 관광객 유치에 나서보겠다는 생각도 일리는 있지만, 이런 정도로는 고도로서의 위상을 세울 수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왕궁면의 왕궁과 왕실사찰인 제석사, 금마면 미륵사다.

이들을 복원하는 게 고도육성사업의 뼈대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지부진한 발굴작업을 빠르게 진행해야 하고, 활발한 연구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이후에는 논의를 거쳐 기존 부지에 왕궁과 사찰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터를 잡아 재생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타 지역과 다른 백제문화의 중심지로서 독특한 익산의 정체성이 확보될 수 있다.

고도의 상징인 왕궁과 제석사와 미륵사는 없고, 공허한 옛 부지에 바람만 날리는 형편에 관광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사업비를 지원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작은 사업들을 무리하게 관광자원화 할 경우 나중에 외면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시 정부와 전라북도의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에서는 미륵사 복원을 생각도 않고 있는데, 경주는 황룡사와 9층 목탑을 건립하는 게 기정사실화됐다고 한다. 또 경주에서는 1971년 불국사가 복원돼 여행객의 필수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부여군은 지난해 10월 정림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림사를 복원해달라는 3만5천명의 주민서명을 받아 정부와 문화재청, 대통령 후보, 조계종 총무원 등에 최근 전달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익산시가 돈 많이 드는 사업에 겁을 먹은 나머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있다. 한 번 손댔으면 끝을 본다는 생각으로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고도복원은 고도다워야 한다는 점, 관광자원은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

전주지법은 약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평등의 원칙을 지켜야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은 모든 인간을 위해 고르게 배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주지방법원 행정부는 지난 7월 18일 롯데쇼핑 등 대형마트 6곳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전주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마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방법원이 자본논리에 기운 것이다.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평등권은 천부의 권리로 인정되며 민주정치의 기본을 이룬다. 이것이 자유권·생존권·참정권·청구권적 기본권 등에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권리인 이유다.

대형마트가 주도하는 자본구조는 지역경제 순환을 전면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거대자본은 지역의 열악하고 영세한 자원을 빨아들여 수도권에 유출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자본 스스로의 몸집 불리기에 경도되어 있다. 이로 인해 지역의 빈곤층은 갈수록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중소상인들은 설 자리를 잃고 박탈감을 느끼며 타 지역 이주 행렬에 뛰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주지방법원이 거대 자본가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난한 소상공인을 말살하는데 동참하는 것은 분명 평등 원칙의 위배다. 이는 특히, 법원이 앞장서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전주지방법원은 더 이상 대형마트를 위한 대변자 행태를 버리고, 모든 국민이 평등한 조건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생존권을 확보하고 행복추구권을 잃지 않도록 법의 일반원칙을 준수하며 약자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길 바란다.

(주)롯데마트, (주)이마트, (주)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지난 2일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 의무휴무일 지정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 등을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정지시켜달라'며 가처분을 제기했으며, 전주지방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지방법원의 올바른 판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