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에 수상한 공무원들이 있다.

당사자간 법률행위의 근간인 협약을 준수하지 않고, 협약이 준용하지 않은 다른 법령을 잣대로 지연배상금을 물렸다.

협약상 정상적인 배상 부과 금액은 91억2,969만원인데, 11억2,485만원을 부과했다. 80억484만원 상당의 배임 의혹을 낳고 있는 대목이다.

익산시와 뉴워터주식회사는 왕궁축산분뇨처리장 설치사업 비용 중 약 30%를 민간이 투자해 시공하는 방식의 협약을 체결했다.

익산시는 국비 413억4,700만원과 도비 22억4,700만원을 관리•지급하고 시공과정을 감독하는 갑의 지위로, 뉴워터주식회사는 시공하는 을의 지위로 '수익형 민자사업 표준 실시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사업은 왕궁축산단지에서 배출하는 가축분뇨를 배출수질(목표수질)에 맞게 정화해 방류, 새만금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처리시설 설치사업이다.

그런데 뉴워터주식회사는 당초 협약상 정한 준공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목표수질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준공협약일자를 넘기고 목표수질을 맞춰 완성되기까지 233일 동안 이 시설은 사용불가한 상태였다.

익산시는 갑의 지위로 뉴워터주식회사에 지체상금을 부과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갑•을 쌍방이 체결한 수익형 민자사업 표준 실시협약 제29조(지체상금)는 지체상금 부과기준을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26조와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74조을 준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익산시는 계약 총액을 지체상금 산출기초로 삼아야 한다. 단, 기성부분 또는 기납부분에 대하여 검사를 거쳐 이를 인수한 경우, 혹은 인수행위가 없었으나 관리•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계약금액에서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지체상금을 계산해야 한다.

이 경우 기성부분 또는 기납부분의 인수는 성질상 분할 할 수 있는 공사•물품 또는 용역 등에 대한 완성부분으로서 인수하는 것에 한한다.

이같은 협약에 따르면, 익산시는 분할 가능한 저류조 공사부분과 도로공사 부분을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고 공제해 주더라도, 정화시설에 대한 지체상금으로 91억2,969만원을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익산시는 성질상 분할 할 수 없는 정화시설에 대한 기성부분까지 산입일수에서 공제하고 11억2,485만원을 지체상금으로 부과한 것이다.  

익산시는 완전 준공되기 이전에 정화시설을 인수한 사실이 없다. 목적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축분뇨정화시설이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시설은 무용지물이다.
익산시는 협약대로 사실관계에 맞게 지체상금을 부과하면 그만이었다. 법 조문이 모호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당사자간의 협약은 모든 법적 분쟁을 지배한다. 설령 협약내용을 무력화 시키는 특정한 법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협약대로  91억2,969만원을 지체상금으로 부과한 공무원을 징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익산시 담당공무원들은 공연히 일을 만들었다. 협약에 '완성되어 인수했거나 사용할 경우' 기성부분을 계약금에서 공제하고 지체상금을 계산•부과한다고 정답이 명확하게 존재하는데도, 단순히 기성부분을 지체상금에서 공제할 수 있느냐를 상급기관에 질의했다는 것이다.
한번은 정부 종합감사장에서 행자부 직원에게, 한번은 전라북도 감사관실 직원에게 각각 구두로 물어 공제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또 한번은 특정 변호사에게 '협약상 지체상금 부과'를 갑설로, '지체상금의 기성부분 공제'를 을설로 하는 질의를 이메일을 통해 했더니 을설이 맞다고 답변을 보내왔다고 주장한다.

서면질의도 아닌 구두로, 또는 책임있는 법리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반적인 조건에서 변호사의 공신력 없는 답변에 기대서, 익산시는 공무원들은 위험한 행정행위를 감행했다.

더구나 질문에는 '기성금을 지체상금에서 공제하기 위해 정화시설이 분할 가능한 시설이냐 아니냐'를 포함하지도 않았다. 지체상금을 적게 부과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

협약을 무시하고 질의에 대한 답변을 인용해 11억2,485만원을 지체상금으로 부과해 80억484만원 상당의 배임 의혹을 낳은 것이다.

잘못 될 경우 '배임죄'에 해당하고, 금액이 커서 중벌을 면키 어려운데도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특히, 결과를 놓고 볼 때 협약이 채택한 법률 밖에서 다른 답변을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진 저의에 더 관심이 쏠린다. 고의성에 더 관심이 쏠린다.

어떻게 보더라도 명료한 협약을 버리고, 엉뚱한 길을 찾은 것이 뉴워터주식회사에 이익을 공여하기 위한 고의적 행위 였다면 실로 심각한 일이다.

특히, 지체상금은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익산시의 수입이다. 지난 2주 동안 배임논란이 제기됐지만 재검토를 하지않는 것은, 불법 여부를 떠나 공직자의 강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익산시가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는, 익산시 공조직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