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실시된 후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자주행정 면에서는 높은 성과를 보이는 반면, 실질적 지방자치의 바탕이 되는 재정분권은 이뤄지지 않아 대다수의 지자체들의 재정난은 위험 수준에 이르게 됐다.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2로써 지방세의 비중이 매우 취약한 중앙정부 중심의 세입구조 형태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의 중앙정부 의존도가 날로 증대되고 있으며 이는 지방의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적 예속으로 나타나 지방자치 실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는 과세자주권 확충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오히려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9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2011년의 경우 51.9%로, 1992년의 69.6%에 비해 무려 17.7% 하락하고 말았다.

익산시를 비롯한 여러 기초자치단체는 정도가 심각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이며, 공무원의 월급조차 제대로 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다.

이 같은 지방재정의 빈곤은 지자체로의 재정이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사업이양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고보조금 사업의 지방 재정 분담률은 치솟아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키는데 교부세율은 이를 크게 밑돌아 지자체 재정이 잠식되는 구조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목을 죄고 있는 이와 같은 형태가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파산한 지자체는 결국 중앙정부의 짐이 될 것이고, 결국 지방자치시대에 역행하는 지름길로 귀결될 것이다. 

지방자치는 재정분권을 바탕으로 확립될 수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조정, 지방소득세 확대 등 지자체의 책임 있는 자주적 재정운용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가축분뇨 무단방류 방지 공동의 노력을

왕궁가축분뇨가 어제도 오늘도 쉼 없이 무단 방류되고 있다. 왕궁축산단지로부터 방류되는 가축분뇨는 주교제로부터 익산천을 지나 새만금으로 유입되면서 대한민국 최대의 국책사업지구 새만금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한 2012년 가축분뇨 무단방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왕궁축산단지 축산인들이 방류한 가축분뇨로 인해 익산천은 입석교 지점에서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10.1mg/L로 수질 6등급 수준이다.

가축분뇨 처리장 방류수와 주교제 배출수 등이 유입된 후 문종부락 지점에서는 BOD 72.1mg/L로 급격히 수질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 수질등급 6등급인 최악의 수질로 용존산소가 거의 없는 오염된 물로, 물고기가 살기 어렵다.

보통수질은 3등급으로 BOD가 5이하다. 왕궁축산단지에서 무단방류되는 분뇨의 오염 수준은 생태계에 심각한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오염된 가축분뇨를 바다 생물이 먹고 그 바다생물은 다시 사람들의 입으로 우리의 식탁에 돌아오고 있다. 

우선, 무단 방류하는 축산 농가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그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익산시의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여기에다 더해 익산시가 고발조치한 축산농가의 무단방류를 처벌하는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무단방류를 더욱 부추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익산시가 왕궁축산단지 가축분뇨 무단방류에 대해 13건을 단속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사실상 축산단지에서 흘러넘치는 무단 방류된 분뇨의 양에 비하면 단속 건수는 먼지와 같다.

익산시는 인력을 더 충원하더라도 불법을 밥먹듯이 자행하는 이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축분뇨를 무단으로 방류하면서 무뎌어진 그들의 양심과 사회적 인식 및 법규제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힘들다.

자연을 오염시키는 행위가 얼마나 나쁘고 향후 환경과 인간의 생명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악한 행위인지에 대한 철저한 계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익산시가 단속한 13건 중 군산검찰의 기소유예 처벌이 3건이나 됐고, 벌금부과 처벌한 금액은 최소 30만원이었다. 가장 많은 벌금은 150만원으로 나타났다. 익산시 자료만으로 죄와 그에 대한 처벌의 경중을 평가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어찌됐든 자칫, 무단방류하는 것이 벌금을 내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계산 속에 더 많은 무단방류행위가 조장될 위험이 있다.

그나마 부족한 인력으로 단속을 했다 할지라도 사법당국이 이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고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사법당국의 새만금에 대한 강력한 보호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