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군인이 국민의 가슴에 발포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군인은 군인의 자리로 돌아가라 외쳤을 뿐이며, 주인으로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체 '민주주의'를 짓밟지 말라" 하였을 뿐인데, 맨손으로 거리에 나선 그 주인의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찍고, 옷을 벗기고, 머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쳐박게 하여 수모를 주고, 주권을 행사하다 산화한 시신은 아무곳에나 내동댕이치고, 행방불명된 이들을 찾아 헤매던 가족들은 악몽이기만을 바랐습니다. 이 나라가 그토록 끔찍한 절망에 떨어졌었다는 사실이, 악몽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지 않은 이가 어찌 믿겠습니까. 당신들이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계엄령'을 믿지 못하였듯이, 국민을 살상하고 국헌문란(國憲紊亂)의 죄를 범한 이들이 같은 하늘아래 버젓이 활보하는 사실을 믿지 못합니다. 이 땅에 다시는 계엄령이 발효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당신의 뜻을 따르는 길이라 여깁니다. 못다 이룬 일을 놓고 영면하소서.               

5월 23일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의 애도 속에서 우리 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비록 인간 노무현은 세상을 등졌지만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남겼다. 노무현의 인생은,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고졸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자에서 인권변호사로, 계속되는 낙선의 좌절 속에서 이상을 추구하던 격정적인 정치가로,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었으나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소추 된 대통령으로, 절벽 아래로 몸을 내던져서 생을 마감한 한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도전과 성공 그리고 영광과 좌절로 점철되었다.

그는 측근의 비리로 삶의 마지막에 오점을 남겼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그의 서거를 애도한 것은 단지 망자에 대한 관대함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절대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에게 다가섰던 그의 소탈함과 기득권층에 굴복하지 않은 기개가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었다. 가난과 신분의 벽을 넘고 지역정서와 절대권위를 깨뜨림으로써 약자에게 희망과 대리만족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에서 한 연설에서 그가 추구했던 정치의 이상이 묻어나온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전에 ‘바보’라고 불렸던 사람, 하지만 꿈을 위해서 도전했던 정치인 노무현. 그는 비록 영면에 들었지만 그의 순수했던 꿈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2주 후에 익산의 향후 4년을 책임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한다. 사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만큼 중요하다. 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지방선거가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가 지역의 정치색에 의한 영향에 좌우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지역의 참된 일꾼이 지역유권자들의 선택범위에 진입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 것이다. 적지 않은 지역에서 민심보다는 당심(黨心)도 아니고 지역의 유력정치인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지방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5년 동안 지역 토호세력과 유착, 인사비리, 공사와 개발 비리, 난개발, 선심성.전시성 행정으로 인한 예산 낭비로 지방재정 위기, 뇌물 수수 등으로 얼룩진 지방자치제는 급기야 지방자치제도 폐지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의 선출로 지역이 크게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지방행정의 문제 이면에는 지역정서를 악용하는 중앙정치권과 이에 기생하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있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선거철만 되면 특정정치권에 동화되는 지역유권자들에게 있다. 특정정치권의 간판만 달면 당선되는 풍토에서 지역유권자의 이익과 항구적인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공복(公僕)이 나오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런 유권자들의 행태는 특정정치권의 의식과 체질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지역유권자들은 지역의 경제발전과 문화수준 향상을 원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공직사회로부터 존중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이는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가 유권자답게 냉철한 판단으로 간판보다는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 개개인의 능력과 도덕성, 비전을 평가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6월 2일에는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서 누가 우리 지역의 발전을 이끌 참된 일꾼인지 주인의 자세로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