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과 12월 대구서 학교폭력 문제로 중학생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6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8일 경찰은 전국적으로 '일진회'를 비롯한 폭력서클 소탕작전에 나섰고, 각 시도교육청이 대책을 내놨으며, 각종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김황식 총리는 담화문에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습니까?"라면서 정부, 각 시도교육청, 학교, 학생, 학부모, 기관사회단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수십가지나 열거했다. 정부의 고민이 깊었다는 점은 알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런 대책으로 학교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보고 듣는 행위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이 교육이다. 그런데 어른들의 정신상태가 썩을 대로 썩었다.

돈과 권력, 명예를 얻기 위해 어른들이 이전투구 하는 세상에서 아이들 폭력 대책 운운하면 씁쓸해지는 까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먹고 살기 위한 경쟁,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경쟁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치열하며, 불법과 편법, 반칙이 판치는 사회다. 부패할 대로 부패한 소수 기득권층이 힘을 독점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물리적 폭력은 없을지언정, 이미 힘 있는 소수가 힘 없는 다수를 생존의 위기로 내모는 '깡패사회', '일진사회'다. 기성세대는 이미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권리를 짓밟는 버릇을 들였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기득권층에 편입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소수 명문대 출신이 지배하는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입시경쟁에 내몰린다.

어른들은 돈벌이를 위해 아이들을 가르칠 시간도, 정신적인 여유도 없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직장을 얻고 이를 유지하는 생존경쟁은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밥상머리 교육이 있을 수 있으며, 제 한 몸, 제 가정 하나 돌보기 어려운 판에 무슨 여유를 갖고 남을 배려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잘못된 사회구조 내에서 교육을 받고 기성대세에 편입된 교원과 교육공무원이 마치 우리사회와 동 떨어진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특별한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칠리 만무하다.

교직사회는 이미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투영된 축소판일 뿐이지, 무슨 특별한 별동대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직부문에서 교직사회가 가장 썩었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남에게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병이 들면 즉각 항생제를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우리사회의 체질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만 가능하다. 일진서클에 가입한 학생들이 폭력을 휘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일진'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국민운동을 벌이기 전에 우리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정신개조운동부터 벌여야 하는 이유다. 

한화그룹, 익산에 지속가능한 협약 해야

최근 (주)한화가 이리역폭발사고 추모비와 관련해 제시한 협약안이 당시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번 울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리역폭발사고추모사업회에 추모비 제작 기금을 기부금으로 지원한다면서 "제작 기금 이외에는 일체의 금전 기타 지원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조건과 "한화의 대금 지급 이후 한화에 대한 일체의 요구가 없음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화는 추모비 건립에 매우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한화 측이 제시한 금액은 2억여원으로 이 금액으로 이리역폭발사고와 관련한 모든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리역폭발사고는 한 기업이 저지른 범죄행위이자 영원히 안고 가야할 참사였다. 이는 하루 아침에 돈 몇푼으로 해결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유족회와 추모사업회는 지속적으로 한화에 대해 매년 위령제를 지내고 꽃한송이 올릴 수 있는 추모비 건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런데 한화는 35년간 이를 묵살해왔다. 그래놓고 이제서야 추모비 건립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추모비 건립 이후 금전적 요구를 비롯한 일체의 요구를 하지 말라는 확약서를 달라면서 모든 관계를 청산하려는 얄팍한 상술을 드러내고 있다. 돈 몇푼으로 희생자 영령들과 그 유가족 및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족회와 추모사업회를 비롯한 익산시민들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추모비는 속죄를 표현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징표다. 한화가 익산에 추모비를 건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 그러므로 한화는 추모비 건립을 서두르되 이후 조건을 내세우면서 희생 영령들과 그 가족 및 익산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를 그만하고 지속 가능한 협약을 체결하길 바란다.

추모비 건립을 비롯한 익산에 기업유치, 장학재단 설립 등 지속 가능한 내용은 많다. 한화는 진정으로 속죄하는 마음을 희생당한 영령들과 그 유가족 그리고 익산시민들에게 보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보다 더 깊은 숙고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