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정세현 총장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2010년 12월 취임해 실질적으로 2학기 동안 학교를 운영한 정 총장은 취임 전 상당한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짧은 기간 동안 영욕이 교차했다.

대학 구조개혁에 착수하던 중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부재정 지원 제한 및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됐다.

정 총장을 필두로 한 대학본부 직원들이 무사안일주의와 관료주의에 빠져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호남4대사학인 원광대가 전국 대학 가운데 하위 15%, 즉 수준 미달학교로 선정됐기 때문에 익산시민들과 원광대학교 동문들 그리고 원광대에 자부심을 느꼈던 원불교 교도들에게 강한 불쾌감과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은 당연했다.

소통을 강조했던 정 총장은 당시 정식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히는 대신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몇몇 언론에만 광고를 싣는 몰염치를 보였다. 

이후에는 대학 개혁과 인사정책을 두고 교수협의회와 대립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사학진흥재단과 회계법인으로부터 강제 경영진단을 받았으며, 학교법인은 감사원으로부터 재정실태를 조사받았다. 

지역언론 및 대학구성원과 소통한다던 공언은 지켜지지 않았고, 대학경영에 원칙과 투명성을 적용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정 총장은 강제 경영진단이 끝난 직후인 지난 7일 취임1주년 및 대학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학행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침, 향후 대학 운영의 총체적 방향과 실천 방안, 법인으로부터 재정을 확보할 대책은 밝히지 않고 구조조정안에 대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두 쪽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무성의함을 보였다.

교과부 경영진단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고, 어떤 기준에 의해 11개 학과 및 전공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기자회견은 좌담회인지 토론회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루했으며, 정 총장의 발언은 알맹이 없이 너저분하고 따분했다. 대학의 주요 구성원인 교수협의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나갈 것인지, 두 명의 외부 영입 부총장과 1명의 간부직원 채용에 대한 성과는 무엇인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 총장은 혹시 과거 관료시절의 마인드나 중앙부처 출신이라는 엘리트의식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대학본부 안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문구가 적인 현판이 걸려있다.

정 총장과 대학본부 직원들은 이제부터라도 겸손한 자세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외형이나 역사적으로 원광대에 못 미치는 대학들도 교과부의 화살을 피해갔다는 점을 상기하면, 대학본부가 학내 구성원들에게 끼쳤던 죄가 너무 크다.

정 총장의 임기는 정확히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정 총장과 대학본부가 원칙과 투명성, 열린 마음을 갖고 대학 발전을 견인할 것인지 주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사설2. 익산 종교인들의 정치개입 ‘부끄러운 소치’

4.11 총선을 앞두고 익산의 선거판이 종교인들의 싸움터로 변질됐다는 비난여론이 높다.

익산은 특히 개신교와 원불교의 갈등이 심한 지역으로 유명한데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종교인들의 정치개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지역사회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익산갑 특정후보를 원불교가 지지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지난 1월 31일 기독교 목회뱅크 목사들이 후보 이름을 밝히지도 않은 채 특정인을 지지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 일각에서 비난여론이 일었는데도 목사들은 선거를 종교의 세싸움으로 비화시켰다.

중세시대의 교황는 왕을 파문시킬 정도로 힘이 강했고, 절대 권력을 누리며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종교가 현실정치에 관여하거나 현실정치를 좌지우지하려는 순간, 권력에 맛을 들이게 되고 이권에 개입하게 되면서 부패하기 시작한다.

종교를 표밭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작태도 한심하다. 교회에서 표를 구걸하는 행위는 평소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활동을 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반증이다.

지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이전투구의 정치판으로 종교를 끌어들이는 행태는 그만둬야 한다. 또 타인의 정신과 영혼의 세계를 지도하는 종교인들이 본분을 잊고 정치인들의 구걸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교회와 원불교장은 거룩하고 신성한 성전(聖殿)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는 정치와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치와 권력은 종교인들에게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를 썩게 만드는 악성 종양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