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벌써 15년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당초 제도시행의 취지와는 달리, 국가정책의 지역적 대리집행자 내지 단순한 서비스 전달자로서의 역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분권은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이지만, 중앙정부는 여전히 통제의 수위를 조절하지 않고 있는데서 비롯하는 부작용이다.
법만 제정해 선거만 치렀을 뿐, 필연적으로 이양되어야 할 권한과 균등한 기회의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중앙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평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인색한 반면, 중앙부처 산하 공기업 경영을 돕는데 노골적으로 전 부처적 행정력을 동원하고, 공기업의 악화된 재정을 보전하기 위해 자치단체로 하여금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익산시로 하여금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값비싼 먹는 물을 취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행태는 그 단적인 사례다. 익산시는 11년 동안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용담댐의 먹는물을 취수해 오면서 110억원의 재정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농어촌 공사가 공급하는 대아리댐 물을 취수 했다면 지불할 필요가 없는 물 값이었다. 익산시는 먹는물 총소비량의 55%를 농어촌공사로부터 공급받고, 그보다 3배 이상 비싼 45%를 수자원공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중앙정부는 예산 사용원칙에서도 벗어난 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잘 되려면 우선, 자치단체가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독자적이고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획일적인 복지예산과 사업비 지원으로는 그것을 달성 할 수 없다. 자체 수입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자치단체에는 전국 자치단체 평균 수입 규모 정도를 보전해 줘야 지방분권이 자리매김해 갈 수 있다. 그러나 수익자 부담은 갈수록 확대해 가면서 자치단체 자체예산 운용의 경색을 가속화시키는 판국이다. 중앙정부는 특정한 정책사업을 개발해서 공급하되 자치단체로 하여금 해당 사업에 평균 30%나 되는 비용을 부담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자체예산 조차도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와중에 중앙부처 공기업의 고통을 분담시키는 것은, 지방분권을 역행하는데 그치지 않는 천박한 중앙권력 중심주의의 폐단이다. 당장 수자원공사는 시장경제 원리에도 역행하는 폭리 취하기를 그만둬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또, 농어촌공사의 물값 수준에 맞게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불가능 할 경우 즉각 물 공급을 중단하여 익산시의 부담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하이트소주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향토기업 하이트소주가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이다. 매출이 터무니없이 급감하여 재고가 산더미로 쌓이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린 결단이라 한다. 직원들은 생산라인을 벗어나서 전주로 익산으로 판촉활동에 나서는 등 악전고투 중이다. 자치단체로서는 실로 큰 손실이다. 술 값에는 세금이 50%나 부과된다. 지역에 기여하는 규모가 큰 상품이다. 게다가 하이트소주는 향토기업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판매되는 병당 3원씩의 지역사랑기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하이트에 대한 사랑은 빈약하다. 실컷 즐기면 그 이익금의 큰 규모가 지역발전에 투입되는데, 익산지역에서는 타 지역의 주류들이 시장을 장악한지 오래고 하이트는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하이트와 더불어 경쟁을 벌여 온 몇개의 타사 소주들은 모두 같은 원료를 사용한 희석주로 맛에서 차이가 없는데도 하이트소주만 유독 외면을 당하고 있다.
자기지역에서 생산되는 술이 아니면 아예 판매도 하지 않는 일부 타지역에 비하면 기현상에 가깝다. 애향심을 떠나 지역의 실리에도 맞지 않는 현상이다. 지역상품 구매운동이 확산되고 강조되는 전국 자치단체 안에서 익산의 주류시장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하이트소주가 시장에서 밀려나는 가장 큰 원인은 홍보부족이다. 하이트소주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생존을 위한 긴축재정이 불가피했고, 주류회사에서는 생명과도 같은 광고를 거의 포기해 온 상태다. 소비자는 메스컴으로부터 가깝게 접하는 타사의 술에 익숙 할 수 밖에 없었고, 하이트소주는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 익산시로서는 하이트소주의 매출감소로 당장 3백여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당초 4백여명이 일하던 이 주조공장에는 1백여명만이 남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익산지역에서 하이트소주의 임금이나 후생복리수준은 중상위권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역상품을 살리자는 캐치프레이즈는 단순히 애향심에 호소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실리를 더 크게 안고 있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할 시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