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1급수 대아리댐 물을 운반하는 대간선 수로 중 익산 취수부를 막고 전주천으로 끌어들여 만경강과 새만금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다만 용역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을 아낄 뿐이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전라북도는 최근 이 문제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인다. 익산시의 상수원 취수 여부는 중앙정부가 결정할 일이지 전라북도의 소관이 아니라는 표정이다. 대아리댐 물을 익산으로 공급하는 것을 중단한 것에 대해 아무런 대답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전라북도의 답변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이유다.

사실 전라북도는, 대아리댐 대간선수로 중 익산시 취수부인 완주군 고산면 어우보의 물을 전주천을 경유하여 만경강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입장을 무려 1년 전에 분명하게 보여줬다. 道는 당시 새만금사업의 최대 관건인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산어우보 취수지점을 변경하는데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을 연거푸 강조했다. 나아가 전라북도 관계자들은, 어우보의 깨끗한 1급수 물을 만경강 상류 전주 구간에 흘려보내기 위해 농어촌공사와 새만금위원회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펼치는데 올인 할 계획임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대아리댐 물을 익산으로 공급하는 것을 중단한다는 국토해양부와 환경부의 용역내용을 두고, 아무런 대답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전라북도의 답변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이유다.

전라북도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여러 새만금수질개선 방안 가운데 익산시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방안을 선택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전라북도는 우선 금강이나 섬진강 물을 만경강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배제했다. 또 취수지점을 변경, 3급수로 희석된 전주천 물을 펌핑하여 익산시로 공급할 경우 과도하게 증가하는 정수비용 등 물 값 상승에 따른 아무런 대안도 전라북도는 내놓지 않았다. 특정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기초단체의 분쟁을 조정해야 할 광역단체가 취할 입장이 아니다. 스스로 분쟁을 야기하면서 조정력을 발휘 할 수 없다.

1년 전 어간에 먹는물 취수부 변경문제로 익산시를 다각적으로 압박해 왔던 전라북도다. 이제, 정부가 용역결과를 내세워 전라북도가 1년 전에 주장한 사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익산시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언제까지 책임을 회피하며 정부에 책임을 전가할 작정인가.

지금부터라도 광역단체 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 국가정책에 대한 익산시의 입장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원인은 형평성 부재의 정책과 무모한 관철의지에 있다. 여러 경우의 수 중에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떤 방안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지를 살필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에스코사업 비리 주범은 익산의 행정 시스템

절전형 보안등 교체사업(이하 에스코 사업) 관련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구속이 이어졌다. 이로써 비리의 중심에 있었던 건설업자와 정치브로커 등 총 3명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고, 5개월여 동안 계속 된 수사는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에스코 사업 비리사건은 담당공무원의 자살과 함께 숱한 의혹과 문제점이 제기된 중대 사안이다. 이 사건은 단지 토착세력과 행정이 결탁한 지역 비리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왜냐하면, 에스코 사업의 전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업의 발주와 입찰과정부터 황당한 부정입찰행위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결재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의 내용을 보면, 익산시의 결제시스템은 비리를 방조한 것에 다름이 없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행정행위 특히 공사 및 물품구입 등 발주행위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권을 얻기 위해서 개입한다. 따라서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늘 검은 유혹의 손길이 다가서기 마련이다. 그래서 발주행위는 여러 단계의 결제와 다른 부서의 견제를 통해서 비리의 소지를 없애는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이번 에스코 사업에서는 이런 행정 시스템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사건의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부터 관련 공직라인이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에스코 사업 비리의 책임은 비리 공무원과 공사업자, 브로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책임을 지고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것은 행정 시스템이다. 어렵지 않게 비리를 접근할 수 있었던 관련업무의 라인을 구성하는 공직자 전체다. 결국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가족의 가장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였고, 여러 사람들이 비리에 가담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익산시가 갖고 있는 행정 시스템의 결함을 뜯어고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