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 웅포관광지 제3지구 조성사업기간 연장 불허 결정이 부당하다는 전라북도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그동안 익산시와 전라북도는 현재 웅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웅포관광개발측에 탈법으로 점철된 갖가지 특혜를 제공해 왔다.

무엇보다 익산시는 웅포관광지 제3지구 조성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사업기간을 4년이나 연장해 준 바 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협약변경 사안이다.

또한, 전라북도는 당초 조성사업계획상 공익시설부지를 대단위로 잠식하도록 영리시설인 골프장 증설(9홀)을 허가해줬다. 이는, 민간에 막대한 특혜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당초 웅포관광지 개발이 관광지조성사업이 되기 위해 갖추었던 조건을 파괴한 행위다.

이 밖에 익산시가 웅포관광지 제3지구 조성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 수 많은 협약변경이 방증한다. 하지만 당초 웅포관광지 제3지구 조성사업계획상 사업비는 이미 소진되었지만, 이곳에는 골프장과 그 부대시설만이 조성되었을 뿐, 공익사업비 수 백억원은 온데간데 없고 대부분의 부지도 골프장 시설 안에 편입되었다.

익산시가 웅포관광지 제3지구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업자를 더이상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조성사업기간 연장과 조성계획변경 승인을 불허한 것은 더이상의 리스크를 줄이고, 적정한 해법을 찾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

전라북도가 지난 13일 익산시의 웅포관광개발 공사기간 연장 불허처분을 취소하라는 요지의 심판을 내린 것은, 당장 도민을 외면한 처사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생각한 뒤의 결정인지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도 행정심판위는 심판 이유에서 "불허하면 (주)웅포관광개발의 피해가 너무 크다"며, "(주)웅포관광개발의 지체보상금이 198억에 이르는 등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적시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결정은 익산시민들에게 많은 판단을 강요하고 있다. 업자의 이익에 경도되어 익산시민들의 피해를 댓가로 삼고, 그동안 자치단체가 감수해 온 위험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를 양지로 끌어내 분석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놓고 보면 (주)웅포골프장이 사업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은 수익을 계속 창출하려는 것이고, 조성계획을 변경하려는 배경에는 당초 사업을 어떻게든 축소하려는 의지가 깔려있다. 무엇을 위한 도 행정심판위원회인가.   

공무원 드래프트제는 '시대정신'

익산시는 지난 한 해 전례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거듭되는 부정부패의 파장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익산시의 청렴도는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선 5기 이한수 호가 강도 높은 인사개혁을 취임 일성으로 낸 것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익산시가 최근 인사개혁안으로 드래프트제를 도입, 무능 부패 공무원을 과감하게 퇴출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시사한 건 시대적 소명에 따른 것이다. 공무원들의 청렴도가 낮으면 행정서비스나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들의 질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익산시 공무원 노조는 집행부의 인사개혁 방침이 발표된 다음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익산시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발표 하루만에 방침을 철회했다. 노조 스스로 자성과 개선방안을 모색해도 모자라는 판에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맞서며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환부는 확장일로에 있지만 수술집도를 거부하는 환자 꼴이다.

익산참여연대가 여기에 전격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그런 맥락이다. 부정부패와 관련해서 공무원은 이해당사자다. 익산시는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이유로 제도 자체를 시작도 하기 전에 철회한 것은 시대적 요구를 거스른 것이다. 익산시 역시 시민들의 요구가 가장 먼저였다면 발표를 하루만에 뒤집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익산시는 지난해 10월 전라북도 종합감사에서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공무원 14명의 경징계와 57명의 훈계조치등 총 71명이 신분상 조치를 당했다. 100명 중 4.7명이 불량공무원이라는 결과다. 실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공무원노조 스스로 부정과 맞서지 않는한 실추된 자치단체의 이미지를 회복할 길은 없다. 특히, 공복으로서의 책임과 공직자로서의 명예를 동시에 저버릴 수 없는 숙명을 각성해야 할 때다. 본분을 망각하면 그 자리에서 존재 할 이유를 상실한다.

거듭 말하지만, 익산시의 무능·부패 공무원 척결은 단체장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마땅이 단행해야 할 일이다.

단체장이 공무원노조의 반발의 그늘에 숨은 듯한 모양은 적절한 꼴이 아니다. 인사개혁제도를 단호하게 추진해 나가되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민들의 바람과 같이 선언에 그치는 공허한 울림이 아니라, 익산시장과 공무원노조는 공히 부적절한 공무원들을 퇴출시키는 제도 시행을 시민들에게 선포하고, 그 진정성 있는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