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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천안함은 침몰하지 않았다

국민을 슬픔과 분노로 몰고 간 천안함 침몰사건이 사건 발생 56일 만인 5월 20일에 북한의 군사도발로 공식 발표되었다. 지난 3월 26일 밤에 발생한 북한의 도발로 꽃다운 해군장병 46명이 전사하였고, 사고 수습과정에서도 10명의 민-군이 생명을 잃은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설마 했는데 천안함이 동족인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 하니 실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오천년을 함께 한 우리의 동족이 우리를 공격하였다는 것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하물며 사랑하는 가족을 차가운 바다 속에서 잃은 유족들의 심정은 얼마나 애통하겠는가! 우리는 다시 한 번 조국의 영해를 수호하다 산화한 천안함 전몰 장병들과 구조과정에서 순국한 의사자들의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동족을 무참하고 야비하게 살육한 북한의 만행을 민족의 이름으로 목 놓아 규탄하는 바이다.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어뢰공격은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북한의 최고 권력층의 치밀한 지시로 이뤄진 군사도발이 분명하다.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휴전상태다. 따라서 북한의 만행은 작은 군사적 충돌이 자칫 민족 공멸의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일어난 군사작전이다. 이는 오천년 동안 온갖 고난의 역사를 헤치면서 오늘까지 이어진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한 것이다. 또한 이는 한낱 이데올로기의 족쇄에 묶여서 분단된 민족의 한을 곱씹으면서 간절히 통일의 그날을 기원하고 있는 8천만 동포에 대한 배신행위다.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자들이 죽은 후에 어찌 선열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설 수 있겠는가? 실로 하늘과 사람이 같이 분노하고 이들의 씻을 수 없는 죄악을 단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천안함 비극을 불러일으킨 우리 정부와 정치권, 군의 자세에 대하여 준엄한 질책을 가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 군의 안보태세는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탈북자들이 서해의 우리 해군 경계를 뚫고 대한민국에 귀순한 사례가 적지 않았을 정도로 군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음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또한 서해에서 북한의 잠수함 작전 가능성을 경시하여서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음이 지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천안함 참사 이후 군사작전의 시간개념으로 볼 때 매우 긴 지휘체계 공백이 있었고, 사건 발생 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한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군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이란 말인가! 실로 통탄할 일이다.

먼저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정부 부터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공격에 의하여 천안함이 침몰했음을 사건 초기단계부터 파악하였거나 충분한 개연성을 갖고 대응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단계부터 북한의 만행을 응징하기 위하여 북한의 종주국 역할을 하는 중국에 대한 치밀한 외교활동을 통하여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의 틀을 만들었어야 한다. 또한 사건의 전말을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혼란을 막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전념하여야 했다. 하지만 지난 56일 동안 정부의 움직임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에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은 환골탈태 해야 한다. 천안함 사태는 경계의 실패로 빚어진 것이다. 전투에서 불가피하게 패배한 지휘관은 용납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해군을 비롯한 군의 지휘계통이 그대로 있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땅히 책임의 소재를 명백하게 밝혀서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흐트러진 군 지휘부의 기강을 바로 잡음으로써 국민들에게 달라진 안보태세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천안함 공격만행에 대한 공식발표 후에 전 세계가 북한의 야만적인 도발을 규탄하고 국제 공조를 통하여 북한을 강력하게 응징할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인류의 보편적 양식을 가진 국가들이 북한의 응징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북한의 독재정권에 의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죄 없는 동포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대북 군사조치론에 대하여 경계하는 바이다. 동족이 동족을 살육한 비극적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 또한 준엄하게 경고하는 바이다. 만약 이 땅에서 다시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우리 민족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가눌 수 없지만 이 시점에서 전쟁을 논하는 것은 조국의 평화를 위하여 차가운 바다 속에서 산화한 장병들의 거룩한 희생을 모욕하는 무책임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비극적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무리가 있다면 마땅히 민족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결코 감정적인 언행을 할 때가 아니다. 먼저 전 군의 경계태세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안보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동시에 군사적 보복이 아닌 국제 공조를 통하여 북한 만행의 재발을 막고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향해 온 국민이 함께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지키려고 순국한 장병과 의사자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천안함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이여.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희생을 통하여 안보태세를 바로잡고 평화통일을 위하여 매진할 것입니다. 당신들과 천안함은 결코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힘찬 항해를 할 것입니다. 부디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용이 되어서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