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2008년부터 여성친화도시를 선언하고 각종 정책을 실시하면서 타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여성정책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전국여성대회에서 우수자치단체상, 한국가족관계학회로부터 가족친화상 등을 받기도 했다.

익산시는 여성친화를 감성과 안전, 가족친화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는 올해 초 시간 연장 보육시설을 87개소로 확대지정해 운영하고 전체 264개소의 보육시설 중 212개소가 평가인증을 거쳐 전북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관상으로 보이는 성과에 비추어 내실이 제대로 다져졌는지 의문이다.

익산시가 진정한 여성친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육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본다. 아기를 낳고 기르는 문제는 여성과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특히 보육은 여성의 직장생활과 경제활동, 자아실현, 자녀의 정신적 성장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보육 지원예산은 매년 수백억에 이르지만 대부분 국비가 대부분이고 익산시의 예산은 수억원에 불과다. 264개 보육시설에 익산시가 투자하는 자체 예산은 6억5천만원 정도다.

특히 휴일과 심야시간에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휴일에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고, 24시간 운영하는 곳은 1곳 뿐이다.

또 보육교사들의 급여가 높지 않은데다 보육시설마다 종사자들의 급여와 복지 수준이 달라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아이의 정서와 인격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육교사에 대한 대우가 일반 초중고등학교 교사들보다 왜 낮아야 하는지에 대해 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것도 아니어서 아이에게 특성 있는 교육을 받게 하려면 부모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영유아 보육과정을 연령별로 세분화·특성화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기업유치에만 신경 쓴 나머지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는 것도 보육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출산장려금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익산시는 현재 둘째아이 20만원, 셋째 40만원, 넷째 100만원, 다섯째 이상은 500만원을 지원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아이 출산장려금은 단체장의 생색내기로 오해받을 수 있고, 셋째·넷째아이 출산 지원금은 너무 적어 시늉만 한 것처럼 보인다. 장려금이 가장 많은 다섯째 아이 출산은 매우 드믄 일이라, 500만원을 받은 사람이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보다 더 많을지 미지수다.

익산시는 한정된 예산을 어떤 부문에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를 재점검하고 출산과 보육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시민 안중에 없는 평화주거개선사업

익산시 평화동 일대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벌이기로 했던 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느닷없이 사업 보류 또는 철회 결정을 통보해와 주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익산시는 2005년 투융자심사를 거쳐 이 사업을 확정했고, 2007년 7월 주거환경개선사업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한데 이어 2008년 토지주택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했다.

건물과 기반시설이 낡아빠진 평화동 90-20번지 일대 6만6천700㎡에 1천400억원을 투입해 아파트 800세대와 상가 등을 건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그동안 건물 증개축이나 신축을 하지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 제한을 감수하며 조속히 약속이 이행되기를 기대해왔다.

그런데 지난 3일 토지주택공사는 갑작스럽게 내부의 재정문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내세우며 5년 이상 장기 보류 또는 사업철회방안을 논의해보자는 내용의 서신을 주민들에게 보냈다.

이 사업이 논의된 것은 익산시가 사업계획을 결정한 '05년 이전부터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현재까지 7,8년 넘게 기다려왔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토지주택공사는 부채가 더 늘어나고 수익성이 낮으면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투자원칙을 정하면서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익산시 관계자가 토지주택공사 본사를 여러차례 방문해 사업 시행을 요청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익산시가 이 문제를 정치권과 성실하게 협의해 토지공사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 했는가는 의문이다.

토지주택공사가 전국에 걸쳐 수십개의 사업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익산시 평화지구가 제외된 것은 정치권 차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 사업은 익산시가 주민들과 협의해 신중히 결정하고 토지주택공사를 시행자로 선정한만큼 주민들의 입장에서 막후 설득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