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지역민들은 이 선거의 여러가지 역작용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지역은 막론하고 익산지역 주민들은 일당 독주의 폐해를 가장 뼈저리게 절감해 왔다. 지역당이 추천했다는 한가지 이유에 기대어 내리찍기로 뽑았다가 갖가지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게 선출 된 공직자들은 지역민을 경시하는 공통적인 태도를 보여 허탈감을 안겨주었고, 무능력도 문제지만 패거리 정치를 일삼아 법 위에 군림하는 몰염치한 행태로 정치 혐오감을 양산했다. 나아가서는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 주민들에게 낭패감을 맛보게도 했다. 이런 이유로 기초단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정당이 공천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증되고 있지만, 정당과 정치모리배들은 전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태세로 일관하고 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만, 이 지역 일선 정치인들에게 주민은 한 낱 도구에 지나지 않는 현실이 됐다. 6.2지방선거에 임하는 대다수 후보들은 과연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바탕 위에서 공약을 발표하는 것일까. 당선 후에 남발한 공약들을 간추려 책임있게 이행 할 것인가. 단지 주어진 시간 안에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미지 마케팅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요즘 익산지역민들에게 팽배한 의구심들이다. 이는 익산의 정치인들이 구축한 불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들 정치인들은 당선 된 이후, 시민의 냉철한 판단에 의해 선택되어졌다는 자부심보다는 정당의 막강한 힘에 견인됐다는 그릇된 의식에 사로잡혀 주권을 지닌 주민을 경시하는 풍조을 보여왔다.

또, 주민을 얕보는 정치인들의 의식구조는 무책임을 키웠다. 어떻게 4년을 보내든, 그 동안 지역사회의 어떤 평가가 내려졌든, 공천만 따내면 그만이라는 부적절한 인식이 굳어진 탓이다. 그들 정치인의 직무는 지역발전은 뒷전이고 사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양태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로인해 지역공동체는 불통의 상태에 떨어져 결속력을 잃고 와해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권을 지닌 주민들은 이런 부당한 현실에 무관심하다. 이는 또, 정치인들의 전횡을 부추기는 기제가 되고 있다. 감시와 견제가 없는 정치적 지형은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되, 지역사회 전반을 좌절과 절망에 빠뜨리는 악재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정치인들이 싫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주민의식은 갈수록 늘고있다. 혹은, 모처럼 주어진 휴일(선거일)에 여가를 즐기기 위해 여러 날 전부터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또는, 아예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누가 입지자로 나섰는지 조차 알고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탄식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투표권 행사가 가장 큰 권력이다. 박해받는 주권을 떨치고 일어나 저 정치 모리배들에게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

예측가능한 안보상황으로 되돌려야

최근 몇 일 사이에 낯선 불안이 익산지역을 엄습하고 있다.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이 보이는가 하면, 해외로 도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전쟁이라니. 생각이나 해 볼 수 있는 일인가. 그것도 이민족간의 영역다툼도 아니고, 또다시 동족상잔이라니 그런 비극을 어떻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고 발표된 직후부터 북한에 대한 초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분단 이후 힘겹게 쌓아 온 남북간 대화의 결실이 전면 백지화되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뭇매를 맞으면서도 놓지 않았던 신념인 '햇볕정책'도 완전히 지워졌다. 평화공존과 상생을 위한 남북간 다양한 장치들은 여지없이 해체되고, 분단의 시계가 완벽하게 냉전 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초강경 조처들을 위기관리 능력의 발현으로 볼 수는 없다. 북한에 대해 남한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들을 마치고, 군사적 조처만을 남기고 있는 듯한 위태한 국면이다. 이런 상황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장되는 것인지, 이토록 혼미한 정국으로 치달을 것은 모르고 한 조처들의 결과인지 알수는 없다. 그러나 전자는 범죄행위이고 후자는 아마추어적 안보관리를 자인하는 꼴이니, 모두 역사와 민족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모든 불안은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기인한다. 우리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예측가능한 안보상황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다. 북한을 압박한다는 조처들이 남한을 위태롭게 한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남북 화해 협력시대를 되돌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것은 우리 정부의 인내와 반성이다. 상황을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기위해 발 길을 멈추고 차갑게 성찰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