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최근 몇 년 새 성장의 동인이 될 여러 기회들을 맞이하고 있다. 도시의 자생력을 높이고 자립기반을 확충할 요인들이 즐비하다. 제 때에 제대로 풀어나가면 청년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고, 침체일로였던 지역경제가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도시의 위상도 '살고 싶은 도시'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에 그런 역량이 있을까. 그보다 익산시 공무원들에게 공익을 추구하는 신념이나 책임의식이 있을까. 근년의 몇 가지 굵직한 사업 추진 성적표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해준다.
난항을 거듭해 온 익산 제3일반산업단지(이하 삼기산단) 진입도로 개설사업이 그 표본이다. 이 진입도로 개설은 수도권과 삼기산단의 거리를 약 9km, 시간을 약 20분 가량 단축시키는 대역사다. 현재는 삼기산단의 물류가 2차선 도로에다 구불구불한 미륵사지로를 4.2km 쯤 달려 익산대로로 들어가 함열을 거쳐 연무 IC까지 14.8km를 더 가는데 30분 가량 소요된다.
삼기산단과 연무 IC를 직접 연결하는 이 진입도로는 거리상으로는 11km이지만 4차선으로 뚫리는 것을 감안하면 고속도로 도달 시간을 8분 이내로 단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삼기산단 입주를 검토하는 기업들에게 이 막대한 물류비 절감은 강력한 선호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업에 1,629억원을 쏟아붓는 이유였다. 그러나 당초 2010년 착공해 2016년에 완공할 계획이었던 사업은 담당 공무원들의 온갖 불법·부정행위와 무책임한 행태로 인해 현재 공정률이 60%에 그치고 있다. 전라북도 감사결과를 보면, 공사비가 59억9,000여만원이나 과다 지급됐고, 시공사에는 지연배상금 624억5,700여만원을 면제하는 특혜를 줬다.
또,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26억원 가까이 증액해줬고, 관급자재를 허위로 검수해 자재대금 11억4,000여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실정보고를 부적정하게 승인해 안전점검비 4억600여만원을 감액하지 않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2014년 12월에는 공사를 임의로 중단시키고 시비를 편성하지 않은 채 1년 2개월을 허송했고, 업체와의 이견으로 또다시 1년 9개월을 허송했다. 익산시는 이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업체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송사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완공 목표는 2021년으로 수정됐다.
전액 국비로 추진하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도 그렇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35억가량을 들여 외부에 맡겨 처리하던 하수슬러지를 자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억원 가까운 사업비 중 46억원이 집행되고 17.3%의 공정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익산시는 느닷없이 민원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익산시는 120억4,700만원의 국비를 반납했고, 업체가 제기한 24억여만원의 손배소에 휘말렸다. 이런 조직에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처리할 역량이 있을까. 더구나 익산시는 삼기산단이나 하수슬러지 처리장 관련 공무원들을 미적거리다가 일절 징계하지 않았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감사원이 처분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자체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핑계 뒤에 숨었다. 이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 대부분이 퇴직했다. 이렇게 불법·부당행위,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린 익산시가 과연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할까. 적이 의심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