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 여성친화정책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담당조직을 축소하고 신규정책을 발굴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나마 도시이미지의 차별화를 선도하던 정책이 급격하게 퇴색하고있다. 시장의 관심과 의지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여성친화정책은 '여성이 안전한 도시'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를 위해 착안되었다. 2008년 수립된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조직이 신설되고 자치법규가 마련됐다. 2009년에는 여성가족부가 익산시를 '여성친화도시 1호'로 지정했다.

감성 도시를 지향하는 지역 특유의 정책이 어필되었기 때문이었다. 국가적인 지원을 받으며 빛나는 감성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도시 구석구석이 여성이 살기좋은 곳으로 변화되었다. 전국의 벤치마킹 행렬이 줄을 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모범사례로 주목받았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격언을 재확인하는 정책이었다. 익산시는 여전히 입으로는 "지속가능한 사업추진으로 대한민국 1호 여성친화도시 이미지에 걸맞은 여성과 가족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 모두가 행복한 익산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방한다.

그러나 이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여성친화정책 관련 유관부서 전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여성친화담당관이 폐지된 상태다. 기구의 역할과 고유기능이 축소돼 제 기능을 해내기 어려운 상태인 것이다. 현재 여성친화정책은 여성청소년과 산하 여성친화정책계에서 맡고 있는데, 담당 인력은 1명뿐이다.

당초 여성친화담당관 8명의 전담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를 현재는 여성친화계장과 주무관 1명이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각 부서별 단위사업 추진 외에 전체적인 방향성 제시나 컨트롤, 부서간 협업 등 시책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규정책 발굴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인 것이다. 민선 7기가 출범한 이래 익산시 홈페이지의 여성가족친화도시 게시판 운영 실태는 식물화 된 여성친화정책을 단적으로 방증한다. 공지사항이 2014년도에 1건, 2018년에 3건이 전부이고, 새 소식란은 아예 게시된 글이 단 한 건도 없다.

연중 보도자료 배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책추진 홍보에 나섰던 모습도 현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해졌고, 전국적으로 이어졌던 벤치마킹 행렬 역시 사라졌다. 이른바 '익산스타일 여성친화도시' 이미지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독보적이던 익산시의 여성친화정책은 평준화된 상태다. 익산시가 여성친화도시 1호로 지정되자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이 정책을 도입했다. 지금은 87개의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었다. 익산에 와서 보고들은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더 나은 정책을 발굴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관련 정부 공모에 너도 나도 뛰어드는 바람에 국비 지원사업을 따기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익산시는 차별화된 신규사업은 커녕 기존에 추진해왔던 사업들을 반복하거나 유지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여성친화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는 담당국장이 관련 예산 편성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박약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여성친화도시 1호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명성은 얻는 것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은 더 어렵다. 가뜩이나 '교통요충지 익산' 말고는 차별성으로 내세울게 없었던 도시다. 어렵게 구축한 도시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망망대해에서 '여성친화도시 익산호'의 기관실을 비워 배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기관실을 다시 채워 방향타를 잡고 열정을 되살리지 못하면, 익산시 백년대계의 한 축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각성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