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만 발전도, 개발도, 미래비전도 논할 수 있다는 정헌율 시장의 방 앞에 시민 8명이 섰다. 하루아침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울분을 토하는 이들이다.

매사 ‘시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헌율 호가 이번에는 무슨 이유에선지 “제발 살려 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수년간 아무 문제없이 몸담은 직장에서 거리로 내몰리게 된 이들의 지극히 정상적인 요구임에도 말이다. 그들은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지도,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전과 같이 일하게 해 달라는 것 뿐이다.

익산시는 신재생자원센터 위탁업체를 새로 선정하면서 전원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수차례에 걸친 면담과 협의 끝에 직원들은 시의 약속을 받아냈고, 이를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8명의 가장들은 현재 거리로 내몰린 상태다. 2개월여 월급을 받지 못한 이들은 극에 달한 분을 어찌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익산시가 새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전원 고용승계 조항을 누락한 탓이다.

양질의 일자리창출은 주요 시정방침 중 하나다. 하지만 시는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도 모자랄 판에 도저히 납득키 어려운 행태로 8개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행정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불신을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누락했을까. 누가 그랬을까. 시민 곁에 서서 당연히 주장해야 할 고용승계를 왜 모른 체 했을까.

극에 달한 불신은 반드시 칼이 돼 되돌아온다. 왜 그랬는지, 이제 어떻게 사태를 해결할 것인지, 행정이 스스로 반드시 더 늦기 전에 반추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