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주민등록상 인구가 최근 30만 명 아래로 떨어지자 온갖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상 최대의 위기라느니, 시청이 축소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1곳으로 줄어든다거나 하는 무식하고 무책임한 말들이다.

당연하게도 29만9,948명인 현재 익산시는 아무렇지도 않다. 시청이 축소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국회의석도 여전히 두 자리다. 호들갑을 떨고 있는 그런 일들은 27만 명 선까지 인구가 떨어진 뒤에야, 그것도 2년 이상 지속됐을 경우에 일어날 일이다.

그릇된 인식이 퍼진 건 익산시의 책임이 크다. 30만 명 사수라는 지키기 못할 약속을 하면서 무리한 인구증가 정책을 펼친 탓이다. 익산시가 약속에 사활을 걸었으니 이젠 익산시가 죽어야만 약속을 지키게 됐다. 그렇지 않다면 정헌율 시장이 시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익산시는 해마다 최소 수천 명이 떠나는 축소도시다.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지켜내겠다는 장담만 앞세운 것이 패착이다. 가장 중요한 감소율 추이를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당장 인구를 늘리는 데 애를 쓴 탓에 이젠 정확한 수치조차 얻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정 시장은 또다시 인구 회복을 장담했다. 장담대로라면 30만 명 회복이 아니라 금방 축소도시를 벗어날 장밋빛 전망인데 이를 믿기 힘들다. 사활이 아니라 무엇을 내걸어도 다시 속을 시민들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인구문제를 화두로 던지며 나타난 정치인이 있다. 30만 명 이하로 떨어진 인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널리 공감대를 이뤄 폭넓은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인구에 대한 고민은 누군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인구 증가에 대한 환상을 심는 일을 그만두고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